알록달록한 나의 네잎클로버

산책 에세이.

by 잔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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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책을 하다가 작은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평소와 다른 길로 걸어보고 싶은 하루였다. 그래서 처음 가는 길을 택했고, 그 길에서 우연하게도 작은 행운을 만났다. 내가 발견한 곳은 마카롱 전문 카페였다. 테이블 서너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였지만, 외관은 아기자기했고 투명한 유리 진열대 안의 마카롱들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요즘 유행하는 ‘뚱카롱’처럼 과하게 두껍거나 부담스러운 비주얼이 아니었고, 매끈하게 겹쳐진 모양이 오히려 더 담백하게 다가왔다. 이런 걸 어떻게 그냥 지나치겠나. 나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마카롱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잠시 색색의 마카롱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방 쪽에서 머랭을 치던 여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음… 너무 단 건 안 좋아하는데, 어떤 게 괜찮을까요?”



그러자 사장님은 자신이 만든 마카롱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중에서 녹차 맛과 치즈 맛이 내 입맛에 딱 맞을 것 같아 그대로 주문했다.



“냉동실 온도로 맞춰둔 거라 10분 정도 지나서 드시면 맛있어요. 바로 드시지 않을 거면 냉동 보관해주시고요.”



가게를 나오며 초록색과 노란색이 나란히 담긴 상자를 들여다보니, 괜히 10분이 설레기 시작했다. 맛있는 10분의 기다림이었다. 사실 나는 마카롱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그날은 왜인지 모르게 홀리듯 빠져들었다. 처음 만난 가게가 반가웠던 걸까, 혹은 낯선 길에서 작은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걸까.



산책하던 길을 마저 걸어 집 쪽으로 향하다 벤치 하나가 보여 앉았다. 10분은 훌쩍 지났을 시간이었다. 둘 중 무엇부터 먹을까 고민하다가, 녹차의 쌉싸름함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치즈 맛부터 한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치즈 향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꼬끄 덕분에 ‘아, 이 집 마카롱 진짜 잘 만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꼬끄만 따로 판매하는지 슬쩍 궁금해질 정도였다. 아니, 근데 어떻게 이렇게나 완벽하게 구워낼 수 있을까. 반죽에 분명 작은 마법이 들어간 게 틀림없다.


이어 먹은 녹차 마카롱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그 순간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다. 찰떡궁합일 텐데. 아쉬운 대로 집 앞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 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마카롱이 다시 먹고 싶어 이 산책길로 또 걷게 된다면, 이 가게는 그날도 내 하루의 작은 행복이 되어줄 것이다. 벤치 위에서 작은 마카롱 두 개로 마음이 환해졌던 것처럼.



일상 속에 불쑥 찾아오는 이런 작은 행운이 참 좋다. 정말 럭키하다. 처음 가본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게, 그래서 더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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