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늘의 할 일을 한다. 못하면 그만이고.
신년이 되면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잠에서 깨어나도 좀처럼 일어나기 버거웠던 육체가, 그날만큼은 유난히 가벼워져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걷는 시늉이라도 하게 된다. 지구는 여전히 공전하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 뒤에는, 우주를 떠도는 별들이 어두워진 밤하늘을 여기저기서 작게 밝힌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사실 세계는 오늘도 오늘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달라진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새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하루를 조금 더 각별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번 해를 맞으며 서른이 된 나에게, 얼마 전 스물아홉의 동생에게서 연락이 한 통 왔다.
"다들 앞자리가 3으로 변하면 체력이 반 토막 난다던데, 그거 진짜야?"
나는 마치 마녀가 저주를 내린 것도 아닌데, 서른이 되자마자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그러자 동생은 아직 내구도가 깎이는 중이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나를 놀렸다. 얄미운 마음에 욕을 짧게 보내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애초에 약을 올리려고 연락한 사람에게 괜히 반응해 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새해라는 말이 조금은 무용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꿈과 버킷리스트를 쌓아 두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가 못 미덥게 느껴지는 일은 너무 불필요한 자책 같다. 하루가 쌓여 결국 일 년이 되는 것뿐인데, 오늘도 내일도 그 하루는 여전히 내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하루일 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는 말이다. 연말에 다다르면서 괜한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는 이번연도는 틀렸어, 하고 내년으로 오늘의 할 일을 미루지 않았으면 하기도 하고.
모월모일이라는 말이 있다. 슬픈 날도, 찬란한 날도, 그저 그런 날도 모두 나의 평생이 된다. 슬펐다고 해서 매일을 울어낼 수는 없고, 찬란하다고 해서 내가 매번 빛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럭저럭 하루는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이야말로 얼마나 지켜내기 어려운 상태인지.
나는 모든 날이 모여 결국 삶을 이루고, 그 삶은 분명 짧지만 조금씩 깊어져 간다고 믿는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너무 앞서 후회하지도 말고, 다만 주어진 순간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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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 어느 달, 어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