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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 Greene Sep 29. 2023

강아지의 장래희망

강아지를 사랑한 후 마주한 세계 (3)




    요거트가 사람이었다면 취미는 무엇이고 직업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했을까?' 부쩍 자아실현, 재능과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종종 이런 궁금증에 빠지곤 한다. 물론 강아지들은 무엇을 하던 그저 행복하고 목적없이도 오늘 하루를 순수하고 근사하게 살아내지만, 인간스럽기 짝이 없는 내 뇌는 어쩐지 계속해서 그런 것이 궁금하다. 내 딸 아이가 무얼 좋아하지?, 나중에 뭘 하면 행복해 하려나 하는 마음같이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 요거트는 축구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요거트는 축구공, 농구공, 탱탱볼, 배드민턴 셔틀콕 가릴 것 없이 무슨 공이든 보면 신이 나 달려든다. 산책을 하다가 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마주치면 마치 그 공이 자기꺼라도 되는 양 달려가려 하는데 그 덕에 말리느라 애를 먹으면서도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한번은 꽤 큰 규모의 축구 경기장이 있는 공원에 함께 놀러간 적이 있다. 그때 마침 동호회 사람들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요거트가 우리랑 놀 생각은 전혀 없고 그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날아다니는 축구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축구공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휙휙 이동하면 요거트의 시선도 그 공을 따라 휙휙 움직이고 펜스에 얼굴을 들이밀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낑낑거렸다. 어찌나 그렇게 집중을 하던지, 나도 들어가서 같이 놀고 싶다는 모습이 마치 "엄마 나도 축구 시켜줘." "나 커서 축구선수될거야." 라며 설레하는 아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한창을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이랑 도란도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우리 요거트 다음 생에 환생하면 운동신경 쩌는 흑인으로 태어날 것 같지 않아? 아니면 손흥민?" "진짜 맞아. 공이 저렇게 좋으면 분명히 운동선수로 태어날 거야." 별 생각없이 그저 공이 좋은 요거트를 두고 우리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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