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도 차 사고 싶어...(4)

어떤 차를...?

by 구름소리

"있잖아, 나도 차 사고 싶어. 어떤 차를 사야 해?"


난 안다.

네가 말하는 차가 이제 자동차 아니라, 마시는 차라는 것을.


"글쎄… 어떤 차를 사고 싶은데?"

"맛있는 차"

끙… 세상에 맛있는 차는 정말 많단 말이다. 그중에서도 어떤 차를 사고 싶은지...


"그냥 맛있는 차면 다 좋은데. 네가 뭐든 추천해 줘^^"


그래.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근데 말이야. 나한테 맛있는 차가 꼭 너에게도 적용된다는 법은 없단 말이야.

괜히 기호 식품이라고 하겠냐고... 또 같은 차라도, 내리는 방법에 따라

맛있는 차가 될 수도 있고, 맛없는 차가 될 수도 있거든?"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난 그냥... 니가 사라는 차 사면 될 것 같은데^^"


넌 참 쉽구나. 부럽다.

어쩌면 난 너의 그런 단순함을 좋아하는지도 몰라.


"흠… 좋아. 내가 좋아하는 차는 말이야..."


근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난 어떤 차를 좋아하지?

나야말로 사실 거의 모든 맛있는 차를 다 좋아하는데.


"어떤 향기를 좋아하는데? 이를테면, 꽃향기? 과일향기? 풀향기? 나무껍질 향기? 흙향기? 숲향기? 너트향기? 곡물향기? 대충이라도 알려줘"


그러자 넌,

더욱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지는 표정이다.


"어어....그냥 좋은 향기...??"


깊은 한숨이 뱃속에서 나온다.


"아니이... 장미꽃 향기가 좋은지. 복숭아 향기가 좋은지. 고소한 땅콩 향기가 좋은지, 캐러멜 향기가 좋은지, 고구마 향기가 좋은지 뭐 그 정도는..."

"어 생각났다!! 고구마!! 나 군고구마 향기 좋아해!!"


군.고.구.마….

그래 군고구마.

너의 향기는 군고구마! 였구나!!


"근데 고구마 향기가 나는 차도 있어?"

"응. 하나 떠오른 게 있어"


운남전홍



"바로 운남전홍이야! 운남성이라는 중국의 남쪽 지방에서 나는 홍차인데,

달큰한 군고구마 향이 나더라고. 마침 나한테 운남전홍이 있으니, 집에 가서 마셔봐.

너에게 좀 줄게"


"진짜?? 정말 그래도 돼?"

"물론. 그치만 조금밖에 안돼. 어쨌든, 고구마 향기는 찾았고, 그 다음 네가 좋아하는 향기는 뭔지 열심히 생각해 봐"


또다시 고민에 빠지는 너.


"흠… 있잖아. 그냥 뭐든 사보고, 차츰 내 취향을 찾아가 보면 안 될까?"


넌 역시 일단 부딪히고 보는 스타일인가…보다.

나랑은 반대구나. 한 발 자국이라도 떼기 전에 끙끙 싸매도 고민하는 나랑은.

역시 부럽다.


"김유리 넌 어땠어? 처음부터 원하는 향기가 있었어?"

"난 꽃향기랑 풀향기. 꽃집이나 화원에서 나는 것 같은, 싱그러운 그 냄새가 너무 좋았어"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하지만 … 어쩜 그건 그냥...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좋은 향기”였는지도 모르겠네.

사실 차에서 흙냄새, 낙엽 냄새, 구운 고구마, 콩가루, 들기름 냄새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엔 아예 상상도 못 했었거든. 근데 차를 마시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향기를 품고 있더라고. 차라는 아인"


"콩가루 들기름이라고??? 와...대단한데!!!“


넌 상당히 감동한 표정이고.

그래서 난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네 앞에서 멋진 말을 한 것 같아서.


"그럼 나 일단 진짜, 아무 차나 사볼까?"

그러더니 핸드폰으로 폭풍 검색하는 너.

제일 먼저 보이는 아무 차나 살 기세다!


"아니 아니. 그렇게 막 사지는 말고…

이왕이면 다원에서 정성껏 제다한 차를 조금씩 소량으로 사보는 건 어떨까?

특별한 차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

"오케이. 그럼 다원 차! 이렇게 검색하면 되지? 자...다원 차를 사보자. 다원…차…"


열심히 고개를 묻고 검색하는 너의 옆모습.

살포시 흘러내린 앞머리가 오늘따라 멋지다.

널 위해 예쁜 포장지에 운남전홍을 담아줘야겠다... 맘먹고 돌아서려는데!


"야 김유리!!!! 뭔 차가 이렇게 비싸??????!!!!! 이거 실화냐????"

"아아냐. 다 그런 거 아니니까 잘 찾아봐.

비싼 건 소량으로 조금씩...조금씩^^;;"


그래. 최영민. 처음엔 놀랄 수 있지....

하지만... 떡볶이나 피자보다 훠얼씬-

오래오래-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구. 하하.



ps) 근데 있잖아… 고백 하나 하자면 말이야…

나 사실, 겨울 코트보다 더 비싼 차를 사고 혼자 엉엉 운 적이 있었어;;; 그 이야긴 나중에… 해줄게^^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