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옥?? 사과를???
사실,
홍옥 사과의 맛은 기억나지 않아.
사과라면 역시 부사 아닐까?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 홍옥이라는 사과를 자주 먹어봤대.
그뿐 아니라, 후지, 아오리, 국광, 스타킹, 인도 뭐 다양한 종류의 사과 품종들이 있었나봐.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과 품종은 얼마 전까지 부사 하나뿐이었어.
최영민, 넌 홍옥 사과를 먹어봤니?
...... (답이 없구나)
홍옥은 참 예쁜 이름이야. 투명하고 말간 붉은 보석 빛깔이 연상돼.
모르긴 몰라도 홍옥 사과의 빛깔은 보석처럼 예뻤겠지?
근데 내가 우울할 때 마신다는 홍옥은 사과가 아니라 차(茶)야.
대만 일월담이라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
아마도 찻물의 색깔이 붉은 보석처럼 투명하고 빛이 난다고 그런 이름을 지었겠지?
넌 홍차를 좋아하니?
..... (여전히 답이 없구나)
예전에 난 홍차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
영국 여행 갔을 때 어쩔 수 없이 아침마다 우유 넣은 브랙퍼스트 홍차를 마시긴 했지만,
으스스한 몸을 데워준다는 점 말고는 특별한 매력을 못 느꼈었고.
얼 그레이 홍차의 베르가못 향을 한때 좋아했지만 그것도 잠깐.
그러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은 홍옥이라는 차를 마시고 난 다름부터야.
아주 독특한 향기가 났었거든.
바로 멘솔향이야. 너 멘솔향 좋아하니?
..... (모를 수도 있겠다)
유칼립투스, 민트, 혹은 솔잎처럼 코가 시원해지는 느낌은 알지?
그 비슷해.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
근데 그런 향기가 나는 홍차라니 신기하지 않니?
물론 가향한 것 아니고 품종 자체의 특징이래.
홍옥은 대만의 야생차를 아빠로,
미얀마의 대엽종 홍차를 엄마로 해서 개발한 신품종인데,
시나몬알데하이드, 유제놀, 멘톨 계열 향 성분이 풍부해.
이 성분들이 발효 과정에서 스파이시하면서도 시원한 향으로 발현되는 거지.
아, 미안. 지루하니?
..... (오늘은 이해해 줘. 그냥 나 혼자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봐)
난 오늘처럼 우울할 때 이 차를 마셔.
그럼 뭔가 코 안이 화아- 해지면서 기분이 좀 상쾌해지거든.
민트 껌을 씹을 때처럼.
유칼리툽스 향을 맡을 때처럼.
삼나무 숲에 들어와 있을 때처럼.
그러니 너도... 우울할 땐 이 차를 마셔봐.
아. 참.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어!!!
이 차는 말이야.
너무 뜨거운 물에 우리면 안 돼.
그럼 멘솔향은 다 날아가고 군 고구마 향기만 나거든.
하긴, 넌 군 고구마 향이 제일 좋다고 했었구나;;;
그래도.
시원한 멘솔향을 느끼기 위해 홍옥을 마신다면
꼭! 꼭! 꼭! 90도 정도의 물로 차를 내려봐.
그럼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스파이시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 가라앉네...
그래서 그냥
네가 내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말해봤어.
홍옥도 마시면서.
그랬더니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해.
영민아. 너도 우울할 땐 홍옥을 마셔봐.
사과 말고 차.
사실 나 오늘
정말... 엄청나게 많은 홍옥을 마셨다...
.............................................
다음엔 같이 마시자......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