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영화 <원데이> vs 2024년 드라마 <원데이>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가 출연한 <One Day>(2012)라는 영화가 있었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7월 15일, 두 주인공에게 일어난 에피소드들로 엮인 사랑이야기다.
대학교 졸업식 파티에서 만나 미묘한 감정을 느꼈던 두 주인공은, 마치 서로 다른 궤도에서 움직이는 두 행성처럼 이루어질 듯 말듯 안타깝게 어긋나며 세월을 보낸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마침내 서로 사랑을 확인하지만…
7월15일이라는 같은 날짜의 하루들이 차곡 차곡 20여년 동안 쌓여가는 독특한 구성때문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이 영화를 까-마득히 있고 있었는데....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2024년 영국뿐 아니라 글로벌 넷플릭스 순위에서 1위를 했다는 "같은 제목"의 영국드라마를 발견했다. 암비카 모드라는 인도계 여자 배우가 출연했고, 14부작으로 만들어진 시리즈 드라마라 별 생각없이 보다가… 2회쯤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머나! 같은 이야기구나!
(알고보니 두 작품 모두 데이비드 니콜스가 쓴 <One Day>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었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서로 다른 결말이었다.
2012년의 영화는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끝나버리지만,
2024년 드라마는 상실 그 이후를 무려 한 회차 분량으로 할애해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은 뒤 어떻게 견디며 버텨내는지, 서두르지 않는 템포로 충분히 보여주는 바람에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2012년 버전의 영화 <원데이>에는 없던 결말이었다.
물론 2시간 미만의 영화와, 14부작 시리즈의 리듬은 다르다.
그렇다하더라도, 상실 그 이후를 담담히 보여주는 이 드라마의 결말이 더 각별하게 와닿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2024년 즈음의 우리에겐 '하루하루 쌓아올린' 소중한 ‘무엇인가’를 갑자기 잃게 되는 일이 뉴노멀이 되어버린 탓 아닐까.
10년 단골이었던 밥집이 문을 닫았다.
오랜 랜드마크였던 정든 건물이 허물어졌다.
유망했던 직업이 하루 아침에 기피 분야가 되거나,
사라질 직업 리스트 10에 오른다.
눈을 뜨면 새로운 길이 나고, 새로운 가게, 새로운 빌딩, 새로운 기술이 생긴다.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몇 십년 자랐지만,
어느 순간 난 이민자가 된 것 처럼 생경함을 느끼기도 한다.
모든게 빛의 속도로 삭제되고 생성되는 2026년 즈음,
우리에겐 상실 그 이후를 견디고, 버티며,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더욱 절실하게 와닿을 수도 있었겠다...싶기도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 감고, 귀 막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하루하루 변화의 속도가 멀미 날 지경일 땐,
흠...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
매일 매일 차를 마신다.
그런다고 나아지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차를 마신다는 감각만큼은
오랜기간 유지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