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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그업 Mar 21. 2023

쓱싹, ‘밀착형’ 케어 플랫폼을 만든 이유

슬로그업의 가전 케어 플랫폼 ‘쓱싹’ 제작기


여름이면 에어컨 설치나 청소를 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곳 찾기가 쉽지 않죠. 결국 네이버에 나오는 업체에 연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덤터기를 쓰죠. 모든 것이 편리해진 세상인데 왜 가전 케어 시장에선 소비자 기만이 일상일까요?


쓱싹은 불투명한 가전 케어 시장을 개선하고자 출시된 서비스입니다. 검증된 소수정예 전문가만 연결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가전 케어 전문 플랫폼이죠.


외부 투자 한 번 받지 않고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서비스 쓱싹. 쓱싹을 운영하는 스콧과 엘라를 만나보았습니다.




왜 아무도 가전 케어 플랫폼을 만들 생각을 못한 걸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콧: 쓱싹의 운영과 마케팅을 일을 하고 있는 스콧(슬로그업 공동창업자)입니다.

엘라: 저는 쓱싹에서 운영팀장을 맡고 있는 엘라입니다.


스콧(좌) / 엘라(우)


쓱싹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엘라: 가전 케어 전문 플랫폼이에요. 에어컨, 벽걸이 TV, 도어락, 보일러 등 전문가가 필요한 가전의 케어를 도와드려요. 연결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존 온디맨드 플랫폼들과 달리, 쓱싹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예요. 때문에 저희는 내부적으로 ‘밀착형 O2O’라고 부르기도 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스콧: 우연히 시작되었어요. 사무실 에어컨이 고장나 수리 업체를 찾았는데, 무척 불쾌한 경험을 한 거예요. 네이버에 검색해서 업체 네 군데를 찾아 똑같은 말을 했는데, 부르는 가격이 다 달랐어요. 설상가상 가장 싼 업체에게 맡겼더니 수리가 끝나고 25만 원을 더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덤터기 쓴 기분이 들었겠군요.


스콧: 네. 의문도 들었어요. “에어컨 등 가전은 모두가 필요한 서비스인데, 왜 시장이 아직도 이렇게 원시적일까? 간단한 플랫폼만 있어도 문자로 여러 견적을 받아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다가, 그냥 우리가 만들어볼까 하게 됐어요. 


당시엔 재미로 만든 스낵 프로젝트였어요. 그렇게 6일간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완성하고, 간단히 돈 안 드는 마케팅도 진행했어요. 순전히 재미로 한 일이었죠. 근데 며칠 후에 접속해 보니 일 25건 내외의 에어컨 설치 신청이 올라오며 자기들끼리 잘 쓰고 있는 거예요.


와, 신기하네요.


스콧: 마침 운도 따라줬어요. 그 해 여름이 정말 더웠거든요. 그 당시엔 돈 안 드는 마케팅만 했어요. 그땐 네이버 블로그 API가 개방되어 있어서 자동으로 블로그 포스팅이 배포되는 마케팅 툴을 자체 제작해 그걸 켜둔 게 다였어요. 


그런데도 에어컨 설치에 대한 니즈가 폭증하면서, 잠자는 시간 외엔 평균 58초에 한 개씩 견적이 날아들더라고요. 이건 되는 사업이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사업화를 결심했죠.

쓱싹 1.0 초기 앱 화면


작은 성공들과 작은 실패들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그 후로 계속 승승장구했나요?


스콧: 한동안은 그랬어요. 당시에는 연결에 초점을 맞춘 오픈 플랫폼 서비스였고, 그걸로 잘 됐으니까요. 아주 저비용 마케팅으로도 신청건수는 9만 건을 넘겼고, 가입한 전문가(기사)는 전국 2,500곳이 넘었어요. 삼성전자나 KT 같은 대기업에서도 먼저 제휴를 요청해 왔어요. 누가 봐도 잘 되고 있었는데, 내부적으론 문제가 있었어요. 정작 거래 관리가 안 되고 있었죠.


어째서죠?

 

스콧: 가전 시장에서 연결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현장에 가야 진짜 일이 시작되거든요. 시공 가능한 환경인지, 비용은 얼마인지 모두 현장에서 확정돼요. 근데 판단은 전문가 혼자 하니까, 비용과 서비스 질이 천차만별인 거예요. 양심적인 전문가가 가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나쁜 전문가가 가면 클레임이 쏟아지는 거죠. 이 시장은 애초에 연결에만 집중하는 일반적인 O2O 모델로 존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방향을 바꾸게 되었나요? 


스콧: 그러진 못했어요. 당시엔 정신이 하나도 없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이런 문제점을 정의하고 개선한 건 그 이후의 일이에요. 에어컨 단일 카테고리로 시작한 MVP를 보고 TV, 보일러 등 여러 카테고리 전문가분들이 “나도 쓰게 해 달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카테고리를 늘렸죠. 그랬더니 이번엔 소비자분들이 “제품도 같이 사고 싶다”라고 하셨어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갔어요.


이커머스까지 영역을 넓히신 거군요. 잘 되셨나요?


스콧: 네 잘 됐어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단 에어컨 단일 카테고리만 오픈했는데 유통 안 해본 애들이 첫여름에 B2C로만 3천대를 팔았어요. 


그 3천대도 여러 핸디캡에 눌린 수치였어요. 예를 들어 시장 점유율 80%인 삼성 엘지 제품을 소싱할 수 있는 루트가 없어서 캐리어 등 중소기업 제품 5~10개만 팔았어요. ‘정직한 서비스’라는 브랜딩으로 마케팅을 했는데, 이 시장에 워낙 덤터기가 많고 에어컨이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분야다 보니 주문이 쏟아졌어요.


출시하자마자 매번 그렇게 잘 되니 신이 났겠네요.


스콧: 그보단 아쉬움이 더 컸어요. 주문은 몰려오는데 제품을 매입할 운영 자금이 없는 거예요. 가전 업계는 특성상 제품가격이 비싸고 한두 달 뒤에 자금이 회수되는 시장이거든요. 투자 안 받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저희는 결국 초여름에만 판매하다 정작 성수기엔 들어온 주문도 다 취소하고 셔터를 내려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 거죠.


기존에 보유하는 자금이 탄탄해야 가능한 사업이었군요. 


스콧: 맞아요. 그 밖에도 유통과 용역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SW가 없었고, 그래서 저희가 직접 만들었어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자연스레 사업 방향이 유통과 ERP 쪽으로 흘러가게 됐어요. 결국 가전 전문 오픈마켓 형태로 피봇 하는 선택을 했어요. 유통, 소싱, 자금 등 내부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우리가 잘하는 분야인 IT로 보완해보려고 한 거죠. 논리적으론 맞아요. 유통 역량이 있는 업체를 입점시켜 판매하고 우리는 개발과 마케팅만 하면 되니까요.


왜 그렇게 안 되었나요?


스콧: 막상 해보니 오픈마켓은 오히려 유통 역량이 더 많이 필요한 영역이었어요. 저희처럼 작은 마켓에는 좋은 업체들이 입점하려 하지도 않고 결코 가격을 낮게 책정하지도 않아요. 관리가 될 리가 없는데 당시엔 그걸 몰랐어요.



다시 기본인 ‘가전 케어’로 돌아오다


결국 지금의 쓱싹으로 돌아오셨군요.


스콧: 맞아요. 잠깐 멈추고 내부적으로 쓱싹의 모델을 다잡는 시기를 가졌어요. 돌아보니 유통과 개발에 집착하던 시기에조차 가전 케어는 늘 스코어가 좋았더라고요. 


결국 초심으로 돌아왔어요. 그 사이 연결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O2O 모델로 이 시장에 뛰어든 곳들은 결국 90%가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고 열어놓은 곳도 욕을 많이 먹고 있더라고요. 그걸 개선하고자 다시 쓱싹 2.0 모델을 기획했고 지금의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무엇이 시장을 개선하는 핵심이었나요?


스콧: 정직한 서비스라고 마케팅은 했지만 돌아보니 우리가 이 시장을 개선했다는 건 환상이었어요. 과거 모델은 그냥 좋은 전문가를 뽑으면 좋고 나쁜 전문가를 뽑으면 덤터기 쓰는 복불복 플랫폼이었죠. 그걸 구조적으로 방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부당한 덤터기 비용이 있으면 사후에도 100% 환불 보상해 드리고, 모든 거래는 무상 AS보증서가 발급되며 5영업일 이내에 반드시 처리해 드려요. 현장에서도 전용앱을 중심으로 시공과 비용을 상세히 설명드리고 고객의 전자서명을 받을 경우에만 진행이 되는 식이에요. 이밖에도 거래 과정에 레이어별 보호장치가 구조적으로 갖춰져 있어요.


벌써 시스템이 큰 폭으로 나아진 게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전문가 측면의 개선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스콧: 가입을 원하면 간단한 서류만 확인 후 모두 받아주던 기존과 달리, 정말 정직하고 실력 좋은 전문가들만 꼼꼼히 선별해서 그분들과 상생하는 구조로 바꿨어요. 지역별로 믿을 수 있는 대표 전문가 소수만 선별해서 반 독점권을 드리고, 감당할 수 없는 수요가 발생하면 한 분 더 추가하는 식이죠. 서비스 정책 역시 이분들과 함께 정해요.


전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엘라: 내부적으로 몇 가지 검증 요소와 과정이 있어요. 자격증 여부는 당연히 확인하고, 기존에 대기업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면 가산점 요소가 됩니다. 블로그나 다른 플랫폼 활동이력도 보고요. 업력도 일정 기간 이상이 되어야 해요. 폐업 자주 하시는 분들은 믿으면 안 돼요. 덤터기 씌우다시피 영업하다가 AS가 쌓이면 폐업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거든요.

쓱싹의 검증된 전문가들

그분들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엘라: 일단 전문가 분들의 프라이드가 엄청나다는 걸 알아야 해요. 가전 케어 영역은 진입장벽이 높고 노하우가 중요하거든요. 이 분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해요. 어려운 점은 동시에 고객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거죠. 저희는 양측의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조율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쓱싹의 전문가를 소개합니다


가전 케어 시장, 오로지 ‘쓱싹’만이 존재하는 블루오션


이 비즈니스는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요?


스콧: 가전 유통 영역을 제외한 순수 가전 케어 영역(설치, 클리닝, 수리 등)만 따로 발라내어 정의된 시장 규모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저도 스터디해보기도 했지만 통계청이든 논문이든 제대로 된 자료가 없더라고요. 다만 대형 가전 커머스, 이사, 중고거래, 해외직구, 건축물 및 입주자 관리 영역에선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쓱싹만의 경쟁력은 뭔가요?


스콧: 쓱싹은 국내 유일한 가전 케어 전문 플랫폼이자, 유일한 생존자예요. 온디맨드, 이른바 O2O가 붐일 때는 다른 플랫폼도 가전을 취급했고 카피캣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어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일부 플랫폼에선 아직 열려있는 곳도 있지만, 모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퀄리티 관리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어요. 지속가능한 서비스 퀄리티 안전망이 있으면서 확장성도 있는 가전 전문 플랫폼은 쓱싹이 유일하고, 그 때문에 B2B 제휴도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죠.


주로 어느 곳에서 제휴 연락이 오나요?


엘라: 주거관리나 이사, 중고거래 등 이용고객들의 니즈가 있는 서비스들과 제휴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오늘의집이나 위매치 등 여러 서비스가 쓱싹과 제휴해 만족도 높은 가전케어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3월 말부터는 LG전자 씽큐 앱에서도 쓱싹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오늘의 집에서도 쓱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점이 정말 뚜렷하군요.


스콧: 이 시장의 초기 진입장벽이 높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전문가 분들의 마음을 얻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희도 많이 노력했어요. 직접 찾아뵙고, 공부하고, 모임에도 나갔죠. 그 과정에서 불만을 들으면 빠르게 대응했고요. 오전에 안 되는 기능을 말씀 주시면 오후에는 작동되게 고쳐놓는 식이었어요. 초기엔 두 달 동안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업데이트만 300건이 넘기도 했어요.


놀랍네요. 슬로그업 내부에 개발 조직이 있으니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었던 거군요.


스콧: 맞아요. 덕분에 여러 전문가 분들과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었죠. 그런 수고를 기꺼이 들일 정도로, 이 서비스에서 좋은 전문가 분들의 가치는 대단해요. 그분들이 일하기 편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가전케어 비대면 서비스’부터 ‘식기세척기 이전설치’까지, 영역 확장을 노리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스콧: 가장 뿌듯한 지표는 고객 만족도예요. 최근 구매확정 1만 건 중 후기를 등록한 비율이 39% 정도 되는데, 그중 ‘대만족/만족’ 비율이 95%예요. 누가 보면 ‘알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문의 리뷰를 남겨주시면서 쓱싹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시곤 해요. AS 발생률도 연 단위로 봤을 때 1%가 안 돼요. 그런 거 보면 정말 뿌듯하죠.


그렇다면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영역은 없으신가요?


엘라: 비대면 서비스를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고객들이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연차 쓰고 기다려야 하잖아요? 그 부담을 덜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또 서비스 카테고리 확장도 계획하고 있어요. 사설 업체가 활성화되기 이전인 식기세척기 이전설치, 이동식 에어컨을 완전히 분해해서 청소해 주는 서비스, 이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초기 시장들이 보여요.



아무도 탓하지 않는 기업 문화가 만드는 도전


마지막으로, 슬로그업에 와서 개인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다고 느끼시나요?


엘라: 성장하는 게 일하면서 체감되는 회사는 슬로그업이 처음이에요. 전에는 상사 분들이 주는 업무만 담당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일한 이후론 내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자기 주도적으로 뚜렷하게 개선한 성과가 있으신가요?


엘라: 먼저 전문가와 고객 간의 연결 시 발생하는 이탈을 최소화하는 절차를 만들었고, 지금은 시스템으로 정착됐어요. 최근엔 리조트나 호텔 등 숙박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공부하고 있어요.


스콧: 엘라도 그렇고 지금 쓱싹 운영팀은 데이터 상으로도 좋은 성과를 많이 만들고 있어요. 예컨대 A제휴사의 구매 전환율은 최초에 5.7% 수준에 불과했어요. 그걸 운영팀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고 팀 단위로 모니터링하면서 지금은 25%까지 끌어올렸어요.


엘라: 제가 했다기보다는, 이미 기반이 깔려 있는 위에서 좀 더 해보고자 실현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전은 정말로 쉽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스콧: 저희 회사에 뚜렷한 장점이 하나 있어요. ‘도전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사는 개인에게 결정권을 위임한 건데, 결과가 안 좋다고 그 사람을 비난한다는 건 웃기는 일이 아닌가 해요. 결국 그 사람에게 맡기기를 선택한 내 안목을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여겨요. 사내에 이런 분위기가 있어 도전을 잘 겁내지 않아요. 우린 천재도 원펀맨도 아니니까 실패는 자연스러운 과정 아닐까요. 넘어졌을 때 어떻게든 일어나기만 하면 또 어떻게든 앞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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