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팀은 '당연히' 세상을 바꾼다
‘완벽한 팀’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겠죠. 이 영화로 오랜만에 팀원들과 봄맞이 극장 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하는데요. <스포트라이트>는 완벽한 팀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의 심층 취재팀 이름입니다. 영화는 이 팀의 보스턴 가톨릭 교구 아동 성추행 사건 취재과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저는 실화인지 모르고 봤다가 충격을 받아서 엔딩크레딧이 오르는 내내 못 일어났습니다. 예고편 공개 내용만 봐도 이게 정말로 실제 사건인가 싶어지죠.
보스턴의 가톨릭 신부들은 30년에 걸쳐 성당에 오는 아이들을 성추행했습니다. 신고하지 못할 것 같은, 혹은 신고해도 합의할 수 있도록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성관계 대가로 마약을 주는 등 신부들의 수법은 가히 악마적이었습니다. 더 경악한 점은 가톨릭 교회가 이를 알고도 묵인하며, 되려 조직적으로 나서서 권력으로 이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점입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 사건을 취재해 2002년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기사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미국 전역에서 후속 취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불을 지폈습니다. 그 공로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영화는 줄거리나 사건 기록부터 사무실 전경, 등장인물의 이름과 외모까지 많은 부분에서 실제를 담고 있습니다.
기자를 소재로 다루기로 했을 때 작정이라도 한 걸까요. 영화는 아무런 기교 없이 팩트로 승부합니다. 인물들의 전사도, 피해자들의 플래시백도 없습니다. 손도 잡지 않고, 총도 쏘지 않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이 카메라가 스포트라이트 팀의 취재를 쫓습니다.
그런데 몰입도가 기가 막힙니다. 무엇보다 ‘완벽한 팀’의 실현으로서 이들을 지켜보는 희열이 있습니다. 꼭 보스턴글로브의 사내 스타트업처럼 운영되는 스포트라이트 팀은 팀으로서 완벽합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완벽한 이유
1. 팀원들 개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와 열정을 동력으로 팀이 돌아간다.
2. 팀원들 한명 한명 자신만의 역할이 있고, 모두 그게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3. 구조가 유연하다. 상명하복, 요식행위, 거창한 회의, 비효율적 보고체계가 없다.
4. 성과 조급증이 없다. 실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5. 팀의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팀을 보호해주는 훌륭한 리더가 있으며, 다시 그 리더를 이해하고 보호해주는 더 큰 리더가 있다.
한 명씩 팀원들 면면을 봐도 재밌습니다. 샤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는 차분하고 사리에 밝은 기자입니다. 피해자들을 만나는 역할을 맡습니다. 특유의 차분함이 만드는 그 고요한 설득이 피해자들의 입을 열게 합니다.
샤샤가 물이라면 마이크(마크 러팔로)는 불입니다. 에너지 넘치는 다혈질 기자 마이크는 까다로운 취재들을 자진해서 맡습니다. 차분함이나 논리로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들엔 그가 있죠.
두 사람이 자기 장점을 스스로 확인하며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매트 캐롤(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조사원 매트는 팀의 가장 뒤에서 사건의 실마리들을 모아 취재방향을 안내합니다.
중심은 팀장 로비(마이클 키튼)가 잡아주죠. 로비는 회사와 팀 가운데서 모두의 만족을 조율하고 팀을 보호합니다. 팀원들로 해결이 안 되는 어려운 취재가 있을 때는 직접 나서죠.
자, 팀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꼭 한 가지가 더 필요하겠습니다. 아무리 팀이 뛰어나다 한들 팀을 운용할 리더가 그 가치를 이해할 그릇이 못되면 결국 비극이겠죠. 스포트라이트의 가치를 이해하는 눈 깊은 리더, 편집장 마티(리브 슈라이버)의 존재로서 이 팀은 마침내 완벽이란 수식어를 얻습니다.
마티는 조금 어눌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묵묵하고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부임 첫날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는 뻔하고 어눌한 몇 마디 말을 겨우 더듬거립니다. 우리가 아는 여느 편집장의 모습처럼 현란한 유머와 제스쳐를 섞으며 멋을 내지 못하죠.
마티는 그러나 훌륭한 리더입니다. 기교 없이 우직하게 할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이 여기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건조한, 우직한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사람의 마음을 챙길 줄 아는 매력까지 숨겨둔 사람이죠.
몇 년 전 사안의 무게를 가늠하지 못한 채 발행되었던 기사 문제로 팀원들이 동료의 잘못을 들추려 할 때, 동료를 감싸며 마티는 말합니다. 평소에 별로 말도 없고 자기소개도 더듬던 마티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저… 우린 늘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그러다 갑자기 불이 켜지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게 되죠."
"Sometimes it's easy to forget that we spend most of our time stumbling around the dark. Suddenly, a light gets turned on and there's a fair share of blame to go around."
이 팀이 일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건 당연합니다. 이런 팀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 원문보기: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