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104
1. 새해가 밝자마자 SNS 피드가 이상해졌습니다. 누르끼리한 노란 필터, 어디선가 들어본 EDM, 짙은 눈썹과 매트한 립. 인스타그램에서 '2016년 추억' 스티커는 520만 건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스포티파이에서 '2016' 플레이리스트 소비는 전년 대비 71% 증가했습니다. 올해 I.O.I와 워너원이 10주년 완전체 컴백을 예고하자 팬들은 열광했고, 트와이스와 BTS의 그 시절 무대 영상이 다시 돌고 있습니다. 2026년을 맞이한 사람들이 왜 10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을까요.
2. 이 트렌드에 밀레니얼과 Z세대가 동시에 반응한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밀레니얼에게 2016년은 졸업, 취업, 독립 등 성인기로 진입하던 시기의 상징입니다. Z세대에게는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 사이, 취업난과 고물가를 마주치기 전의 청소년기입니다. 두 세대 모두에게 2016년은 '어지러워지기 전, 마지막 시기'로 기억됩니다. 포켓몬 고가 전 세계를 거리로 끌어낸 여름. 구글 검색이 검색을 휘어잡고, 딥페이크를 발견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으며, 선생님들이 ChatGPT 표절 검사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됐던 시절입니다.
3. 아이러니한 것은 2016년 당시 사람들은 그 해를 싫어했다는 사실이죠. 브렉시트, 시리아 내전의 절정, 지카 바이러스, 그리고 예측을 뒤엎은 정치적 지각변동까지 글로벌에서만 굵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해 말, 한 칼럼니스트는 흑사병이 창궐한 1348년이나 홀로코스트가 절정에 달했던 1943년과 비교해 2016년이 얼마나 끔찍한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SNS에는 "악마가 모든 에너지를 2016년에 쏟아부었다"는 밈이 돌았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2016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습니다.
4. 지금의 향수는 과연 무엇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세상이 큰 변화를 겪을수록 사람들은 과거의 특정 시점을 기준점으로 삼아 심리적 안정감을 마련하려 한다는 미국의 심리학자의 의견이 이 현상을 설명해 줍니다. 2016년 자체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AI가 고용과 정체성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젊은 시절의 기억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죠. 알고리즘이 덜 공격적이었고, SNS가 포트폴리오나 브랜드가 아니라 친구와 일상을 공유하는 순수한 창구였던 시절. 서툴지만 창의적인 콘텐츠가 있던 시절. 모두가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트렌드를 공유하던 '단일문화'가 가능했던 마지막 순간을 그리워하는 겁니다.
5. 2016년 향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손글씨 대회 참가자가 2016년 3,500명에서 지금 7만 5,000명으로 늘어난 것처럼, 이건 기술 과잉 속에서 진솔한 연결과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으려는 시도입니다. 노란 필터 너머에 있는 건 2016년의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갖고 싶은 감정입니다. 문제는 그 감정을 2026년에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입니다. 향수의 진짜 힘은 과거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연료가 되는 데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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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기억(Memory),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