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Pick

애플이 20억 달러에 산 침묵의 언어

TaPick #106

by 팀어바웃

1. 애플은 비밀이 많은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에 20억 달러를 썼습니다. 29일(현지시간) 애플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Q.AI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는데요. 2014년 비츠(Beats)를 30억 달러에 사들인 이후 11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입니다. Q.AI의 기술은 단순합니다. 얼굴 피부와 근육의 초미세 움직임을 감지해 사용자가 입을 열지 않고도 AI와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지하철에서, 회의실에서, 도서관에서 "시리야"라고 외치지 않아도 됩니다.


2. 이번 인수는 11년 전의 애플의 어떤 인수 건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Q.AI 창업자 아비아드 마이젤스는 2013년 애플에 인수된 프라임센스(PrimeSense)의 창립 멤버였습니다. 프라임센스의 3D 센싱 기술은 아이폰X의 페이스ID가 됐죠. 마이젤스는 애플에 두 번째 엑시트를 기록하게 됐고, 애플은 같은 팀에 다시 베팅했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애플은 낯선 기술보다 검증된 사람을 삽니다. 프라임센스가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이었다면, Q.AI는 '얼굴을 읽는 기술'입니다. 10년 전 얼굴로 잠금을 풀었고, 이제 얼굴로 대화를 겁니다.


3. AI 웨어러블 시장은 최근 또다시 격변기를 맞고 있어요. 메타는 레이밴 스마트 안경으로 이미 시장 반응을 확인했고, 구글과 스냅도 연내 AI 안경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불편한 소식도 있습니다. 오픈AI가 전 애플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을 인수해 챗GPT 전용 기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애플 디자인의 아버지가 경쟁사 편에 선 것이죠. 비전프로가 3,500달러짜리 틈새 제품에 머무는 동안, 경쟁자들은 일상에 스며드는 기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4. 다만 Q.AI 인수는 애플의 조급함보다는 방법론의 차이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와 구글이 '보는 AI'에 집중할 때, 애플은 '듣는 AI'의 한계를 먼저 해결하려 합니다. 음성 인터페이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어색함이니까요. 아무도 카페에서 "시리야, 오늘 일정 알려줘"라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침묵 발화(Silent Speech) 기술은 이 장벽을 허뭅니다. 입술만 움직여도, 표정만 지어도 AI가 알아듣는 세상. 애플이 사들인 건 기술이 아니라 AI와 인간 사이의 새로운 예의범절입니다.


5. 다만 상용화가 얼마나 빨리 될 지는 속단할 수 없습니다. 프라임센스 인수 후 페이스ID가 나오기까지 4년이 걸린 점을 고려해 보면, Q.AI 기술이 에어팟이나 애플 글래스에 탑재되려면 비슷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사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뛰어들지 않고, 마지막에 정의를 내립니다. MP3 플레이어 시장에 아이팟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아이폰으로 그랬던 것처럼요. AI 시대에도 '늦게 잘 만드는' 전략이 통할까요. 아니면 이번엔 말없이 따라가다 진짜로 말을 잃게 될까요?


https://www.fnnews.com/news/202601300447566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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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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