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Pick

AI가 만든 쓰레기, 당신의 피드를 점령하네

TaPick #107

by 팀어바웃

1. 수염 난 어린이 두 명이 폭우 속 도로 한복판에 앉아 있습니다. 한 명은 손이 없고, 다른 한 명은 '제 생일이에요, 좋아요 눌러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죠. 옆에는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페이스북에서 100만 개에 가까운 좋아요와 하트 이모지를 받았는데요. 물론 AI가 만든 가짜입니다. 요즘 이런 영양가 없는 가짜 콘텐츠를 'AI 슬롭(slop)'이라 부르는데요. 슬롭은 원래 돼지에게 주는 음식물 찌꺼기를 뜻합니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품질은 낮고, 오직 클릭과 조회수만을 위해 설계된 AI 생성 콘텐츠를 지칭하는 말이 됐습니다.


2. 파리에 사는 대학생 테오도르는 이러한 현상에 분노하며 X(구 트위터)에 'Insane AI Slop'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이런 콘텐츠를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팔로워가 13만 명을 넘었죠. 그의 분석에 따르면 AI 슬롭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종교, 군인, 그리고 제3세계 어린이가 감동적인 일을 하는 장면. 예를 들어, 아프리카 가난한 아이가 쓰레기로 놀라운 조각상을 만든다든지 하는 거죠. 감동적인 콘텐츠가 '먹히니까' 이런 것들을 양산하는 것입니다.


3. 플랫폼이 이걸 막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곧 AI로만 가능한 새로운 미디어 포맷의 폭발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메타 CFO 수전 리는 이미 100만 개 이상의 광고주가 생성형 AI 도구로 월 1,500만 개 이상의 광고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죠. 물론 저커버그도 '저품질 콘텐츠, 일명 AI 슬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건 인정했습니다. 팀이 개선 작업 중이라고요.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AI 콘텐츠 확대 계획을 발표한 건 무언가 좀 아이러니합니다.


4.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트래픽이 곧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의 추천 시스템은 친구가 아닌 전혀 모르는 계정의 콘텐츠도 밀어줍니다. AI 슬롭은 이러한 알고리즘을 타는 데 최적화되어 있죠. 제작 비용은 거의 0에 가깝고, 수백 개를 몇 분 만에 찍어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좋아요 1,000개당 최대 10달러를 지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품질보다는, 속도와 자극만 있으면 됩니다.


5. 유튜브 CEO 닐 모한은 12월에만 100만 개 이상의 채널이 AI 도구로 콘텐츠를 만들었다며 "신시사이저가 소리를, 포토샵이 이미지를 혁신했듯 AI도 창작자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AI는 도구니까요. 문제는 그 도구가 만들어낸 쓰레기를 걸러내는 건 결국 사람의 눈이라는 겁니다. 'Insane AI Slop' 계정주 테오도르는 말합니다. "저는 AI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빠른 오락과 조회수를 위해 온라인을 오염시키는 AI 슬롭에 반대하는 거예요." 피드를 스크롤할 때마다 우리는 '좋아요' 버튼으로 투표를 합니다. 그런데, 좋아요 버튼 하나가 다음 슬롭의 재료가 된다면 좋아요도 쉽게 누를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https://www.bbc.com/news/articles/c9wx2dz2v4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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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뤼겔, 네덜란드 속담(Netherlandish Proverbs),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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