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21
1. 한때는 '대기업만 하는 일'로 여겨졌던 화장품 사업. 하지만 뷰티 산업의 성장으로 젊은 무경력 CEO들이 화장품 브랜드로 대박을 내는 사례가 늘면서 "화장품 창업은 무조건 된다"는 분위기가 퍼졌어요. 인플루언서라는 판매 채널이 강력한 유통망으로 부상하고, 제품 원가 대비 마진도 높다 보니 '일단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자들도 많아졌죠. K-뷰티의 세계적 인기와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시스템의 발달로 창업 장벽은 낮아졌고, 유튜버, 주부, 수산물 업체까지 화장품 시장에 앞다퉈 진입했어요. 그러나 2024년 한 해 동안 문을 닫은 화장품 책임판매업체가 무려 8831곳, 하루 평균 24곳, 시간당 1곳이 사라졌다는 점은 K-뷰티 붐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2. 시장 진입이 쉬워지면서 평균 6개월이면 브랜드를 오픈할 수 있게 됐고, 온라인에서 화장품 창업 컨설팅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어요. 하지만 이렇게 양산된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산물 도소매업체, 신생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허위 광고, 품질 논란, 표절 의혹 같은 부작용도 속출했습니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화장품 광고 200건 중 133건이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됐고, 인플루언서 브랜드에서도 피부 부작용 사례, 디자인 표절 논란 등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3. 문제는 이러한 창업 열풍이 오히려 뷰티 시장의 생산성과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겉보기에 화려했던 창업 붐이 실제 시장에 끼친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요. 책임판매업체 수는 증가했지만 생산 실적을 보고하는 업체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총생산금액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만큼, 쉽게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4. 결국 K뷰티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독창성'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해요. 마케팅에만 의존한 복제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기능과 콘셉트를 갖춘 제품 개발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R&D 역량 또한 필수입니다. 기술력은 단순히 원료나 포뮬라의 차별화에 그치지 않아요. 브랜드의 진정성,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신뢰 기반의 브랜딩까지 모두 포함되죠. 신뢰성 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결국 검증된 대기업이나 전문 브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제품에 대한 연구와 입증해 온 성능에 대한 신뢰도가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5. 화장품 시장의 낮은 진입장벽은 다양한 브랜드의 출현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산업과 소비자에 대한 고민 없는 창업은 결국 외면받고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K-뷰티 시장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묻지마 창업'이 아닌, 내실 있는 연구개발과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에 기반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아로 보여집니다. 독창성과 기술력 중 하나만 있어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이 둘 모두를 갖춘 브랜드만이 지속 가능한 살아남는 힘을 갖게 될 겁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104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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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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