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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aPick

멍때리며 통근하는 사람들

TaPick #033

by 팀어바웃

1. 출퇴근 시간은 합법적인 '딴짓의 시간'입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도 보고, 게임도 하며, 유튜브도 보죠. 요즘은 이 모든 걸 꺼둔 채, 그저 창밖을 바라보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TikTok에서 10만 뷰를 기록한 어떤 영상 속, 이들은 책도, 스마트폰도 없이 마주 앉은 사람을 무심히 바라보는데요. 이들은 '베어백커(barebacker)'로 불리며, 새로운 출근길 풍경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2. 이들의 행동을 단순한 멍때리기로 볼 수만은 없을 듯 합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던 지난 몇 년간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흐려졌던 경계ㅡ일과 사생활의 경계, 집중과 휴식의 경계—를 다시 그리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정신분석가 엘로이즈 스키너는 '경계가 침식되는 데 대한 반발'이라고 말합니다. 아침 지하철에서 잠깐이라도 자신을 위한 정신적 여백을 확보하고 싶은 거죠.


3. 과연 멍때리는 통근은 비생산적이라는 비판에만 마주해야 할까요? 오히려 반대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생산적 지루함(productive boredom)'이라고 부릅니다. 생각이 분산되고, 외부 자극 없이 마음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죠. 확산 모드(diffuse mode)의 사고가 이런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은, 출근길 멍때리기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뜻과 같아요.


4.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언제나 긍정적인 건 아닙니다. 단순한 현실 도피일 수도 있고, 정신으로 매우 지쳤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근 시간에 계속 체크아웃만 한다면 오히려 업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어요. 중요한 건, 스스로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면 의도적인 선택인지, 혹은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태인지 점검해보는 일이겠죠.


5. 다시 찾아온 지루한 출퇴근길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멍때리는 사람들'은 가장 조용하고 느린 방식으로 일하는 나에 대한 관점을 조율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https://fortune.com/article/commuters-latest-return-to-office-rebellion-is-barebacking-and-its-unnerving-fellow-passe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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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아침 햇살(Morning Sun),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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