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51
1. 우산이 가득한 회색빛 도시처럼, 올해 애플 WWDC 무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으로 가득했습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애플은 자사 최대 개발자 행사 WWDC25에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이름의 AI 기능군을 공개했지만, 발표 직후부터 냉담한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기능은 있지만 놀라움은 없다는 평을 내놨고, AI 시대를 선도한다는 애플의 자부심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2. '애플 인텔리전스’는 생성형 AI 기능을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 통합해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처음 공개된 기능들은 이미 타사가 구현해온 범주 안에 머물렀습니다. 메일 요약, 알림 정리, 이미지 생성, 이모티콘 자동 제안 등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도 수년 전부터 선보였던 기능입니다. 심지어 ChatGPT를 기본 통합했다는 점은 애플만의 AI가 아니라는 해석을 낳으며, 플랫폼 경쟁력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외부 기술 의존을 드러낸 장면으로 평가받았습니다.
3. 물론 애플은 ‘기기 내 연산(on-device)’을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프라이버시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애플 서버에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는 방식은 보안 민감 고객에겐 강점이 될 수 있고, 프라이버시를 브랜드 자산으로 삼아온 애플답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관점에서 체감할 수 있는 놀라움이나 유용성 면에서는 경쟁사보다 뒤처졌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4. 이런 반응은 발표 전후의 분위기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구글은 이미 ‘AI 퍼스트’를 선포한 지 오래고, 검색과 이메일, 사진, 모바일 운영체제 등 전방위에 걸쳐 AI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반면 애플은 '늦었지만 더 완벽하게'라는 메시지를 선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사 대비 뚜렷한 차별성이 부족했고, OS 내 기능 몇 가지를 정돈한 수준에 그쳤다는 실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5. 이번 WWDC25는 "애플이 AI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분명 유용한 기능을 담고 있지만, 기술 흐름을 다시 쓰는 전환점이라고 보긴 어려운 수준입니다. 혁신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서의 납득과 감탄으로 이어질 때 진짜 힘을 발휘합니다. 회색빛 무대 위, 애플의 AI는 비를 멈추게 하진 못했습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GU30TEVAR
하루 하나의 뉴스, 하루 하나의 명화로 당신의 하루를 더 풍요롭게❤️
귀스타브 카유보트,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Rue de Paris, temps de pluie), 1877.
잘 읽으셨다면 클립 & 구독, 팀어바웃의 링크드인 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