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65
1.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전 세계적 열풍을 조명하며,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조차 도달하지 못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극 중 악역 보이밴드 ‘사자보이즈’의 두 곡이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BTS나 블랙핑크도 이루지 못한 기록입니다. 특히 미스터리 캐릭터를 연기한 유키스 출신 케빈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1만 명에서 2,000만 명으로 폭증했습니다. 가상이 현실을 넘어서는 순간을 목격한 셈입니다.
2. 케데헌의 성공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넘어 아이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합니다. UCLA K팝 연구자 김석영 교수는 케데헌의 성공이 팬들이 비인간 아이돌과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건 K팝 기업들의 오랜 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가상 아이돌은 잠도 자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완벽한 존재입니다. 스캔들도 없고 군대도 가지 않으며 연애 루머로 팬들의 속도 끓이지 않죠. 기업 입장에서는 통제 가능한 리스크 제로의 콘텐츠인 셈입니다.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건 팬들의 반응입니다. 케빈이 LA 호텔 수영장에서 목격한 장면처럼, 아이들이 사자보이즈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가상 캐릭터임을 알면서도 진짜처럼 반응하고 열광했습니다.
3. 이는 '덕질'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과연 덕질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일까요, 아니면 변하지 않은 것일까요? 케데헌 열풍을 보면 팬들은 여전히 진짜처럼 반응하고 열광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덕질에는 함께 성장하는 서사가 있었습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까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아이돌과 그 과정을 지켜보는 팬들 사이의 깊은 유대감 말입니다. 팬들은 단순히 완성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성장 과정의 동반자이자 프로듀서 역할을 했습니다. 유키스의 케빈은 이제 캐릭터 뒤에 숨어 더 자유롭게 끼를 펼치고 있지만, 팬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전 유키스 멤버 케빈’이 아니라 ‘케데헌’ 속 캐릭터인 '미스터리'입니다.
4. 가상 아이돌은 완벽하지만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지만 일방적입니다. 진짜 성장 서사도, 진짜 위기도, 진짜 극복도 없습니다. K팝 프로듀서 베니 차가 진짜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취약성, 화학 작용, 예측 불가능성은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처럼, 인간 아이돌만이 줄 수 있는 진정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입니다. 만약 그들이 나와 함께 성장하고, 나의 응원으로 변화하며,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진짜 관계를 원한다면 가상 아이돌의 인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판타지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케데헌은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5. 결국 케데헌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덕질의 두 가지 얼굴입니다. 하나는 완벽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는 불완전한 인간과 함께 성장하는 의미입니다. 가상 아이돌 시대가 열렸지만, 진짜 덕질의 본질은 여전히 후자에 있을 것입니다. 픽셀로 이루어진 완벽함보다는 땀과 눈물로 만들어지는 불완전한 진정성을 선택하는 팬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케데헌의 성공은 분명 놀랍지만, 이것이 덕질 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관계와 성장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5/07/21/WW6H5YOZGVBPHEZDIKEPJXVB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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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아담의 창조(The Creation of Adam),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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