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라산 스킹#5

한국의 파우더 눈을 찾아서......

by 팀맥스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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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 백컨츄리 파우더 스킹 –윗새오름 편-

윗새오름까지의 등반예상시간은 1시간 30분정도이다. 그 이유는 영실코스진입로까지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하며 그 자동차 주차장이 윗새오름까지 상당히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눈을 뜬 시각이 8시였다.

어제 저녁의 근사한 온천욕 때문이었을까? 몸이 한결 가볍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일본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백컨츄리 스키와 온천욕의 궁합이 이곳 한국의 최남단 제주도에서 가능할것이라고..

아침을 북어국으로 근사하게 먹고 나서 다시 백컨츄리 스킹 장비를 자동차에 싣기위해 숙소를 나오는 순간 잠시 내 얼굴에 근심의 빛이 돌았다. 아직 하늘에 먹구름이 끼여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영상과 사진 촬영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눈이 오게 되면 등반하는 동안 옷이 젖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온이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산 정상부근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 정상부근에서 파우더 스킹을 준비해야하는 백컨츄리 파우더 스키어에겐 좋지 않은 날씨이다.

그렇다고 한라산의 멋진 파우더스킹을 포기할수는 없는일, 서둘러 장비를 싣고 이번엔 한라산의 서쪽 루트를 공략하러 엔진 시동을 걸었다. 다시 제주일주도로를 달려 한라산의 서쪽을 가로지로는 1100산악도로로 접어들었을때 진입로에서 경찰관께서 제재를 하신다.


“이곳에서부터는 스노우체인을 하셔야 진입이 허가됩니다.”

강경한 경찰관의 제재에 차에서 내려 자동차 바퀴에 스노우체인을 결합한뒤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뭐 특별히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카멜레온 같은 한라산의 고도에 따른 모습 변화에 익숙해진터 그렇지만 산악도로를 올라갈수록 변화하는 한라산에 모습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된다.

한참을 올랐을까? 도로가 하얗다. 방금 쌓인 눈같이 하얗고 뽀송뽀송한 눈이었다. 그래서 경찰관의 통제가 있었나보다. 한라산의 서쪽을 가로지는 1100도로나 한라산의 동쪽을 가로지르는 516도로는 겨울에 잦은 눈과 폭설로 인해 아침의 경우와 같이 스노우 체인 통제나 아예 진입자체를 통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노우 체인 덕에 영실코스 제 1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안좋은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갑자기 떨어진 기온때문인지 오전 10시경의 늦은 시각임에도 등산객이 별로 없다. 자 다시금 스키와 설피를 배낭에 결속하고 영실코스로 가기위해 영실산악도로를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여름철등에는 차로 이곳에서 영실코스진입로까지 접근할 수가 있지만 겨울철에는 눈으로 인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곳에서 영실코스 진입로까지는 대략 30분정도 소요된다.

얼마전 영실코스진입로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제주관광청에서 이곳을 산악스키코스로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것이었다. 산악스키어로써 이처럼 반가운 소식이 있을 수 없다. 스키장을 건설하려면 곤도라나 리프트 건설등의 이유로 국립공원인 이곳을 훼손할 수밖에 없지만 산악스키를 개발한다면 자연물의 훼손없이 한라산의 자연 그대로를 즐기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할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산악스키의 메카로 자리메김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산책하듯 영실코스진입로를 오르는데, 고요하다. 들리는건 오직 내 눈위의 뽀드득 거리는 발자국소리와 바람소리 뿐이다. 영실 코스 진입로에 도달했다. 그곳 주변의 건물들은 이미 폭설에 건물의 출입문등이 반쯤 묻혀있는 상태였고 안내소의 지붕 역시 자신의 몸집만한 눈덩이를 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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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 높이보다 높이 쌓인 눈(영실 제 1 주차장)

2. 설국의 둘러쌓인 영실 관리사무소

3. 출입문이 눈으로 반이상 막힌 건물

4. 자기 몸집만한 눈을 지고 있는 영실코스입구 건물


영실코스의 등산로의 첫느낌은 널직함이었다. 키가 큰 소나무의 몸체가 길게 하늘로 뻗어 나가고 있었고 나무 사이는 몇백년후의 몸집을 예상한듯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폴을 등산로 옆으로 꽂아보려다 순간 폴이 너무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질뻔했다. 아예 눈 속 깊히 폴이 들어가 버렸다.


영실코스와 성판악 코스의 또 다른 점은 등산로의 경사도였다. 성판악 코스가 완만히 천천히 올라가는 코스였다면 영실 코스는 급격히 오르락 내리락해야하며 특히 오백나한앞쪽 등산로를 올라갈때는 등산화의 앞부분을 눈속에 깊숙히 박아넣어 올라가야 할정도로 경사가 급했다.


오백나한등산로를 오르고 나면 산등성이를 따라 윗새오름으로 향하게 된다. 산등성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오백나한의 장엄한 풍경에 잠시 멈춰선다.


‘조금만 더 날씨가 좋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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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나한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을때부터 약하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흐릿하게나마 오백나한 절벽의 모습을 감상할수 있었는데,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 보다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기뻐날뛰고 말았다.

그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파우더가 멋지게 터널처럼 생긴 바위들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은 흡사 노래방 비디오에서나 본듯한 외국의 파우더 스킹 촬영장소와 같았다.


‘우와~ 크레이지 캐나다 스키어들이 보았다면 정말 좋아했을만한 코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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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백나한 절벽앞 직벽 코스들. 정말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던곳.


순각 곧바로 스키를 신고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지도에서 벗어난 루트였고 어디로 향하는 곳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 좌표만 기록하고 후에 지도에서 루트를 만들어 도전해보기로 하고 윗새오름으로 향하였다. 그곳을 벗어나니 또다른 이국적 풍경이 나온다. 내 키만한 소나무들이 모두 하얗게 눈을 맞아 얼어있었고 그것들은 등산로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기에 난 마라톤에서 길 양 옆에서 응원하는 갤러리에게 응원을 받는 것처럼 그 소나무들에게 응원을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무 병풍 길을 벗어나고 나니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이 나온다. 어디로 가야할지 순간 당황했지만 20미터 간격으로 빨간 깃발이 꽂혀있는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서부터 등산로는 사라지고 몇몇 등산객이 길을 내고 걸어갔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걸음을 옮길때마다 무릎깊이까지 빠지고 만다.

그렇게 힘겹게 빨간 깃발을 따라가는데, 더욱더 눈발이 거세진다. 그 거세진 눈발이 눈으로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걸어가야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땅을 보고 걸어가다가 더 이상 참고 걸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 ‘스키 고글을 꺼내어 쓸까?’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저 멀리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아! 드디어 도착이다.’

제일 먼저 반이상 눈으로 뒤덮힌 대피소가 보였다. 이곳이 바로 윗생름 대피소였고 그 앞으로 늙은 나무가 보이는데, 선명하게 윗새오름이라고 적혀있다. 마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듯 그 옆에 다가가 당당하게 카메라앞에 포즈를 취하고 서둘러 영실코스로 되돌아 간다.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되돌아 가는길에 아까 보았던 몬스터(monster)로 발걸음을 향했다. 몬스터란 나무가 눈으로 뒤덮혀 얼어붙어 점점 그 얼어붙어 가는 눈의 양이 많아서 나무 자신의 몸보다 훨씬 거대해져 보여 마치 괴물같은 모습 때문에 흔히 외국에서 그런 나무를 부르는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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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의 완전히 눈으로 덮힌 윗새오름 대피소

2. 윗새오름 표지말 앞에서

3. 몬스터(monster)처럼 변해버린 나무들


그 몬스터 밑쪽으로 이글루 같은 둥근 쉼터같은 장소가 보였다. 그곳으로 들어가 배낭을 풀고 간단하게 에너지 바와 쵸코렛등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 멋진 보금자리를 떠나기 아쉬워 캠코더에 담는다. 이렇게 눈보라가 치는때 이 정도로 안락한 대피처가 또 있을까?


아쉽지만 몬스터를 뒤로한채 영실코스로 서둘러 걸어간다. 아까보다 눈보라가 심해진다. 드디어 고글을 꺼내 눈을 보호하며 걸어가는데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고글을 벗어본다. 그러나 마찬가지다 세상이 온통 하얄뿐 위아래 왼쪽 오른쪽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다만 내 발이 닿아있는 곳이 땅이란것을 알 뿐인데 순간 현기증이 나는것도 같다. 거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데, 다행히 저 앞쪽에 아까 따라 걸어온 빨간 깃발이 보인다.


‘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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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눈보라로 인해 깃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화이트 아웃(White-out)


‘아~ 이래서 많은 산악인들이 이곳에서 산악 훈련을 하는 구나’

하고 한라산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난다.


그 빨간 깃발을 따라 다시 작은 소나무 병풍길에 들어섰을때 마치 거짓말처럼 눈보라가 사라지고 다시 고요해진다. 고글을 벗어 이마에 걸치고 소나무 병풍 하나 하나를 눈에 담는다. 병풍의 도움으로 추위에서 벗어나 다시금 오백나한 앞 산등성이 등산로에 닿았다. 이곳이 바로 백컨츄리 파우더 스킹의 출발점으로 루트를 짰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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