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적자의 그림자를 마주하다

by 티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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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의 문제 인식

그날 회의가 끝난 뒤, 박 상무는 유 부장을 따로 불렀다.

“스코틀랜드에Caledon Plant Services Ltd. 라는 자회사가 있어.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고 플랜트의 성능을 유지 보수하는 작은 회사인데, 몇 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

유 부장은, 매출이 줄어들자 원가 경쟁력의 문제가 드러난 자회사의 상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현지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매출 증대가 지지부진하다는 거야. 몇 년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떨어지고 있지. 본사에서는 이제 인내심이 바닥 났다네. 단기간에 흑자 전환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매각이나 구조조정으로 갈 수밖에 없어.”

박 상무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본사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매출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지. 그래서 유 부장을 그곳에 보내려고 한다. 현지에서 수익성 개선 활동을 직접 리딩 하게.”

유 부장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혼자서…요?”

“현지 직원 몇 명이 붙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현지 경영진은 매출 증대에 관심이 있지, 수익성 개선 활동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아. 그래서, 현지 경영진과 현업을 직접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해. 그리고, 작은 결과를 통해 효과를 보여주고,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 방안의 실행까지 해야 한다. 6개월 안에.”

이번 미션은 자회사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인데다, 본사의 인내심마저 바닥인 상황에서라면, 실패가 용납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본사에서는 구조 조정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지 경영진은 이 문제의 원인을 매출 저하로 보고 있다. 매출 회복의 전제하에서라면, 그들에게 구조 조정은 있을 수 없는 옵션이었다.


CPS의 현황

“반갑습니다. 루이스 입니다.”

유 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들어오는 루이스와 악수를 나눴다. CPS의 전략 담당인 루이스는 담담하고 명료한 말투였다.

“수익성 개선과 관련해 유 부장님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하더군요. 기대가 큽니다.”

“몇 가지 수익성 개선의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제 호칭은 티제이로 부르십시오. 제 이름의 이니셜 입니다.” 유 부장은 현지에서 사용할 적당한 이름을 고민했었다.

“CPS에서는 수익성 개선 활동이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까?”

“음, 수익성 개선은 아직 명확한 방향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매출 증대가 우선입니다. 매출만 회복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티제이의 질문에 CPS의 최대 관심사는 매출 증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티제이는 루이스와의 미팅 이전, CPS의 지난 3-4년간의 재무 상황을 사전에 확인했다. 전형적인 매출 하락, 고정비 부담 가중에 의한 가격 경쟁력 저하가 수주 실패로 이어졌고, 다시 매출 하락의 악순환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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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하락은 적자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원가 상승의 문제에 의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티제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루이스는 회사의 현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티제이, CPS는 핵심 설비의 설계와 제작에 필요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플랜트 신규 건설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보했죠. 가장 재무 성과가 좋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플랜트만 허가가 나면서, CPS는 신규 건설 시장에서 발을 빼고, 유지 보수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우리가 건설한 플랜트의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역시 우리가 기술적으로 가장 안전한 옵션이지요.”

루이스는 입술을 지긋이 눌렀다.

“CPS는 고객들의 원천 기술에 대한 신뢰로 장기 계약과 높은 마진의 프리미엄을 누렸습니다. 과거 영광에 의한 유산과도 같은 셈입니다.”

티제이는 루이스의 설명을 들으며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안정적인 시장은 없는 법이죠. 시장 규모는 한정되었고, 저가를 무기로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경쟁사의 기술적 신뢰도가 향상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기존 기술에 대한 프리미엄의 붕괴가 CPS의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잠식했군요?”

유 부장이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루이스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맞는 이야기 입니다. 프리미엄은 붕괴되었지만, 플랜트 유지 보수 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CPS의 문제 인식 그리고 저항

CPS의 CEO인 앤드류는 새로 발표된 정책 브리핑을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몇 가지 단서가 주어지긴 했지만, ‘친환경 기술로 지어지지 않은 노후 플랜트는 10년 내 단계적 폐쇄’라는 결론은 명확했다.

기존 기술로 지어진 공장이 폐쇄된다면, CPS의 주력 사업 시장은 아마도 10년안에 사라질 것이다. 앤드류도 이러한 시장 변화를 읽고 있었고, 전략을 수립했으나, 예상보다 변화의 시기가 빨랐다.

“과도기 수요가 남아 있는 기존 시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포트폴리오 전환을 동시에 공략한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 전체 매출의 70%가 여전히 기존 시장에서, 나머지 30%는 신규 시장에서 확보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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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가 책상에 앉아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사이에, 한국 출장에서 돌아온 루이스가 문을 노크했다. 앤드류는 루이스가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릴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

“본사에서는 우리의 새로운 시장 진입을 통한 매출 증대 계획에 대해서 점검했습니다.”

“본사에서 이번에는 우리 계획에 동의 하던가요?” 앤드류가 물었다. .

“이번에는 특별한 피드백은 없었습니다. 아직은, 우리의 결정을 존중하며, 조만간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수익성 개선 활동을 하나 더 얹기로 한 계획과 함께, 그 활동을 리딩 할 파견자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래, 그 사람은 만나봤나요?”

“네, 티제이라는 사람 입니다. 관련된 경력과 역량은 충분해 보입니다.”

“우리 회사의 사업이나 프로세스를 잘 모르는 사람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그렇다고 본사의 정책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으니…”


루이스는, 앤드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모습은 보일 예정입니다. 영국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팀도 미리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야지…특히, 경영진의 비협조로 성과가 미흡했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 써주기 바랍니다.” 앤드류는 루이스에게 이제 되었다고 손짓을 하고는 의자를 돌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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