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2)

마션, 문제 해결의 공식에 대하여

by 티제이

“우리는 종종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바람에 해결의 과정에 조차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오랜 습관에 익숙해진 탓이거나, 설사 문제라고 인식했더라도 받아드려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와트니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의 동료들은 화성을 떠나 지구로 돌아가버렸다. 그에게는 지구로 돌아갈 수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고, 스스로 그 방법을 못한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유 부장은 영화 마션을 이미 세번 반복해서 봤고, 특정 장면은 서너번씩 돌려 보기를 반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해결 장면의 연속이로군…저자가 프로그래머 출신이라 던데 직업병이 드러난건가..’ 그는 책상에 앉아 영화 속의 몇 장면의 스틸 컷을 잘라서 프레젠테이션에 옮기고는 평범해 보이는 문제 해결 이론 설명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어젯밤 늦게까지 강의용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그런데, 화성에서는 달랐습니다. 문제는 너무나 명확했죠. 생존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문제 앞에서, 문제를외면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죠. 죽느냐 사느냐…그것이 문제였기 때문이에요”

유 부장은 강의실에 가득 들어선 20여명의 수강생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당장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였지만, 그는 ‘문제를 잘게 쪼개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또는, ’일단 할 수 있는 것 부터 해보자‘라고도 이야기 할 수있는데, 저는 이걸 문제의 정의라고 이야기 하려합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춘 그는 화면에 띄운 장면 하나를 가리켰다. 와트니가 화성에 버려진 장비와 카메라를 활용해 지구와통신을 시도하는 장면이었다.

“와트니의 문제는 지구로 복귀하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일단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미 항공우주국에알릴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라도 알리고, 구조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그는 첫번째 문제를 해결합니다.”

유 부장은 다음 슬라이드를 넘겼다.

“그런데,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해서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구에서 자신을 구조하러 올 때까지 그 긴 시간을 버티고 살아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와트니가 물을 만드는 작은 플랜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지구에서 출발한 구조선이 화성에 도착하려면 수개월이 걸렸던 겁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비상 식량을 아무리 아껴 먹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죠. 그러니 그는 다시 문제를 쪼개어서 정의해 나갑니다. ‘먹을 것을 더 확보할 수 없을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물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식으로 결국 감자를 키우는 방식 말이지요.”

다시 화면에는 그의 농장과 물을 만드는 작은 설비가 폭발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물론, 이조차도 예상치 못한 사고로 무용지물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와트니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가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서 다음 단계로 집요하게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유 부장은, 어렵게 찾아낸 화성 상승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부품을 떼어내고, 조종석 덮개까지 제거한 채최소한의 장비만 남기고 발사를 준비하는 장면을 가리켰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입니다. 마침내 와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직접 문제를 찾아냈고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지구로의 귀환’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결국 풀어낸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화면 속에서 와트니가 탑승한 발사체가 날아오르는 장면이 지나가고 있었다.

“놀랍지 않습니까? 단순히 과학자가 고립된 상황에서 살아남고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 영화인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건 아마도 영화의 원작자가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직업적 습관이 영화의 주제에 드러난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수강생 몇 명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커다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의 단위로 나누어서 정의했습니다. 통신, 생존, 에너지, 추진력, 무게 감축과 같이 문제를 나누고, 각 문제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다 보니, 지구로 복귀하는 문제를 풀어낸 것이죠.”

그는 스크린에 도식 하나를 띄웠다. '문제 인식 → 문제 정의 → 해결 방안 선택 → 문제의 해결 → 일하는 방식과 연결 → 결과의 점검'

“이렇듯 문제 해결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가능한 크기로 쪼개어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거나,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래서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인식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나누는 문제의 정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누군가 문제를 제대로 정의만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생기는 거니까요.”

“이건 마치, 몸이 아파서 의사를 찾으면, 적절한 치료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간혹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병이 해결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까지 쪼개야만 하나요?"

유 부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문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때 까지 쪼개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건 마치 고차 방정식의 해를 풀기 위해 인수 분해를 하는 것 과도 같아요. 고차 방정식을 인수 분해를 통해 이를 1차 방정식들의 곱으로 바꾼다면, 보다 해답을 쉽게 구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슬라이드는 다시 문제 해결의 내용으로 바뀌었다.

”실제 문제 해결 과정도 똑같습니다. 문제 해결이란 원인과 결과, 둘 사이의 관계를 따져야 하는 일인데, 실제 환경에서는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지요. 이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분리하고 서로 매칭하지 못하면, 매칭되지 않은 원인과 결과는 규칙이 없이 무질서해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적당한 우연을 기대하게 되죠.”

강의는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또 문제해결 강의야…’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영화의 장면이 나타나고 전환될 때마다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영화 속에서의 중요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문제 해결 각 단계의 정의와 그리고 회사에서 일어난 주요한 문제 해결의 사례로 매끄럽게 연결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럭저럭 강의의 몰입도는유지되었다.

“마션이라는 영화의 장면을 통해서 저는 문제의 인식과 정의에 집중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 강의의 목적은, 여러분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 문제는 어떻게 나누어서 정의해 볼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 한다면, 그것 만으로도저는 만족합니다.”

수강생 몇명은 과거에 들었던 문제 해결 강의와는 조금 다른 전개에 당황한 듯 고개를 들었다.

“물론, 문제 해결의 과정은 중요합니다만, 너무 다양한 종류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역시 너무나도 다양한 문제 해결방법론 들이 나와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것들을 찾아서, 종류와 상황에 맞추어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것은, 여러분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가능한 수주으로 나누겠다는 의지이죠. 그렇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에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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