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적자의 그림자를 마주하다
유 차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렇지, 하지만 매출 감소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매출이 감소되다 보니, 그 동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숨겨져 있던 생산성이나 원가 경쟁력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면서 적자로 들어선 것이겠지.”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매출을 늘릴 수도 있고, 생산성이 좋아진다면 원가도 개선되고 결국 매출이 증가할수도 있고…” 유 차장은 질문인지 의견인지 애매하게 중얼거렸다.
“결국,,,구조 조정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겠지.” 박 상무는 웃으며 답했다..
“사실, 구조조정은 진작부터 검토를 시작했던 옵션으로 알고 있어. 하지만, 영국의 구조조정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한 모양이야. 정부와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보상금과 같은 비용이 일시에 투입되어야 하니, 적자 회사에서 그 재원 마련도 부담이라 아직은 관망중인 것 같아.” 박 상무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 경영진은 구조 조정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경영진은 대부분 현장부터 지금의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왔다는 애착이 높은 데다가, 구조 조정으로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서, 무엇보다, 매출 회복이 가장 유효한 해결 방안임을 자신하고 있고,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면 바로 인력 부족이 바로 올 수 있다는 주장이야.”
“매출 증대만 된다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게 문제야. 그렇게 자신하고 있는 매출 증대가 지지부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까지 매출 증대를 시도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마 최근 1-2년은 오히려 매출이 더 떨어졌을 거야.”
“음…그렇다면, 이제는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 개선 방안 같은 것들을 검토해야 겠군요.” 유 차장은 박 상무의 표정을 살폈다.
“매출이 닭이라면, 계란을 한번 잡아보겠다는 거지. 어쨌든 본사 재무는 마음이 급해. 본사 성과도 좋은 편이 아닌데, CPS의 적자가 본사의 연결 재무 지표에 악 영향을 주는 것도 문제고. 장기적으로는 CPS의 매각도 고려하고 있는 모양인데, 적자 회사를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기도 힘들 테고 말이야.”
“재무에서는 어떤 방법이던 적자를 해결하는 놈이 좋은 놈이다…매출 증가가 되었던, 원가 구조 개선이 되었던…”
“그렇지, 그것도 단기간에 돌려놔야 해. 그래서, 고민 끝에 우리 쪽에서도 사람을 한 명 파견해서 수익성 개선 활동을 리딩 하는 미션을 맡기기로 결정했고, 그 일을 유 차장이 해줬으면 하네.”
유 차장의 가슴이 갑자기 쿵쿵거렸다. ‘더구나, 스코틀랜드라니…’
"그 일은 저 혼자 하게 되는 건가요?" 유 차장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아마 현지 직원 몇 명이 붙겠지만, 본사 추가 파견 인원은 없다네. 혼자 해야 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차차 정리해 보게." 박 상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실 문제가 있어. 현지 경영진과 본사 간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지. 현지에선 본사의 수익성 개선 활동 제안에큰 기대를 안 하는 입장이고, 자기들은 매출 증대에 집중하겠다는 거야."
유 차장은 갑자기 기대가 걱정으로 바뀌는 혼란을 느꼈다.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곳으로 부임해야 한다니.
"그래서 최종 합의된 안은 매출 증대와 원가 구조 개선 활동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거야."
"원가 구조 개선은 파견자 중심으로 추진하고, 자기들은 매출 증대에 집중하겠다는 상황이란 말씀이죠?"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계획이 완벽하게 조율된 건 아니야. 우리가 압박하니까 원가 구조 개선 옵션도 일단 받아들인거지. 그래서 우리도 많은 인원을 파견하기엔 부담이 있었고."
"그들이 원가 구조 개선 활동에 큰 기대를 안 거는 이유는 뭘까요? 그동안 본사의 성공 사례도 자주 공유했는데." 유 차장은 과거 CPS와 공유 세션이 떠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산성이 이미 높아서 잘못 건드렸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더구나 외부 인력이 추진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하는 거지." 박 상무는 창밖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 차장은 박 상무의 뒤모습을 보며 물었다. "음… CPS 경영진이 수익성 개선 활동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면…"
"맞아. 이 미션의 가장 어려운 점이 그 부분이야. 경영진의 공감을 얻고, 수익성 개선 활동이 효과 있다는 걸 증명해서 의사결정을 받아내는 것." 박 상무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찌 보면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인데요."
"그렇지. 본사에서야 그 일의 상당 부분은 내 책임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유 차장이 경영진의 공감, 효과 증명, 그리고 실행까지 모두 수행해야 해."
유 차장은 머리가 복잡해져 잠시 말을 잃었다.
“재무 제표의 붉은색을 검은색으로 바꿀 방법을 찾으라는 말씀이군요. 혼자서…” 유 차장은 말끝을 흐리다, 이내 말을이었다. "이번 일은 분명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제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 차장, 미안하지만…” 박 상무는 머뭇거렸지만 단호했다.
“이번 미션에선 성장이 아니라 증명해야 해. 그것도 6개월 안에. 6개월 후엔 CPS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나도 예상하기 힘들어. 손해를 보고서라도 매각이든 구조조정이든."
"자, 커피나 한잔 하러 나가세. 난 담배도 한대 피워야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