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인: 연극배우 정지원>
'두려움은 선택할 수 없어, 하지만 그걸로 무엇을 하느냐는 너의 선택이야.’ 제가 좋아하는 캡틴 마블의 대사 중 하나입니다.
두려움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죠. 특히 처음 무언가를 도전할 때 우리는 정말 많은 두려움과 불안함에 빠져듭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일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파인애플피자나 민트초코를 먹는 것에 도전하는 일에도.
크고 작은 일의 시작에는 두려움이 우리에게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하지만 이 대사처럼 두려움으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일이겠죠?
두려움이 때로는 우리를 해이해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도전의식을 불러오기도 하니까요.
처음이 주는 설렘이 아닌 두려움을 가지고
저는 오늘 '모두의 지인: 모지'의 첫 녹음 시작해보려 합니다.
ㅁ 안녕하세요 지원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전공 23학번
연극배우를 꿈꾸고 있는 정지원입니다.
ㅁ 지원님이 사실은 오랜 기간 승무원을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승무원에서 연극배우로 꿈을 바꾸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네 맞아요. 저는 승무원을 7년 정도 준비 했어요. 전에 다니던 대학교에선 영문과 학생이었죠.
하지만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제가 입사하고 싶던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에 인수되어 버렸어요. 또, 코로나 시기 동안 여행 산업에 큰 이슈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상황들이 지속되다 보니 '모든 것이 멈춰진 상황 속에서 진짜 이게 내가 바라는 것일까? 그저 적당한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 안에서 안주하려 하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슬럼프를 겪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다른 꿈을 찾기 위해 우선 휴학을 결정했어요.
'난 언제 가장 행복했지?'라는 생각을 깊게 해 보니 제가 5살 때 잠시 방송일을 했었는데, 그때가 기억이 나며 연기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ㅁ 오히려 코로나가 지원님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었네요.
어머. 그런 것 같네요. 신기하게도 (웃음)
ㅁ 8월에 서울예대 동아리 극예술연구회에서 올린 ‘환도열차’가 첫 연극이었다고 하셨어요.
혹시 어떤 내용의 연극이었고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환도열차는 장우재 작가님이 쓰신 극입니다. 1953년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6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2014년 서울에 도착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입니다. 환도열차 속 유일한 생존자인 '지순'이 바뀐 현대 사회 속에서 많은 상황들을 겪는 혼란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저는 나사에서 열차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조사원 '토미' 역할을 맡았습니다. '토미'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밝고 파이팅 넘치고, 멋진 여성이에요.
ㅁ 명량하고 감초 같은 행동을 통해 관객들이 편안하게 극을 볼 수 있게 하는 토미는 지원님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도 저랑 토미랑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70~80프로 정도? (웃음)
ㅁ 다음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라고 들었어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살인사건의 배심원들이 용의자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최종 결론을 짓기 위해 토론을 하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토론극의 묘미는 극강의 몰입감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12명의 배심원들이 한 소년이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서 유무죄를 두고 토론하는 극입니다. 이 연극에서 저는 12번 배심원을 맡았습니다. 이름이 나오진 않았는데 제가 밀리라고 지었어요. 밀리의 직업은 광고 카피라이터이고요. 계속해서 사건에 증거와 증인들을 두고 열띤 토론을 하는 긴장감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역할입니다.
이번 연극은 12명의 배심원 서로 간의 합이 매우 중요해요. 관객에게 긴장을 주고 이완시키기 위해서 배우 모두가 비즈니스를 하고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ㅁ 연극을 준비할 때마다 나와는 다른 인물로 살고 계시는데 그건 어떤 기분일까요?
제가 지금까지 한 연기들은 저와 완전 다른 인물은 아니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들 중에서 일부를 떼서 그것을 극대화시켜 인물에 적용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완전히 제가 아닌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여러 인물로 삶을 살게 되죠. 배우로서 다른 직업들을 경험해 보고, 그 인물로 사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책임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무대 위 관객 앞에서 그 인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그 인물로 잘 살아내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요.
ㅁ 보통 쉴 때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제가 좀 자연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노래만 들으면서 몇 시간이고 그저 산책하는 걸 좋아합니다.
공원을 걷거나, 공원에 앉아있거나,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자연에 저를 두는 편입니다.
ㅁ 박찬욱 감독님의 <스토커>를 좋아하신다고 하셨어요. <스토커>의 어떤 점이 매력이 있으셨나요?
이 작품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을 통해서 알게 된 작품입니다.
일단 작품의 미장센이 군더더기 없이 너무 깔끔했어요. 또한,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하나도 안 나오는데, 묘한 긴장감을 주고 관객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너무 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기도 좋았고, 그저 즐기기에도 너무 좋았어요.
ㅁ <무대 위에서>의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지원님이 생각하시기에 어떤 점이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시나요?
<무대 위>와 <카메라 앞>은 모두 특정 인물로 살아야 한다는 건 동일하지만, 다른 점이 있죠.
제가 느끼기에 무대 위의 연기는 액션이 더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멀리 있는 관객도 제 행동을 잘 볼 수 있게 하고, 지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가서 닿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카메라 앞에서는, 좀 더 정적이고 섬세하게 액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죠.
ㅁ 20년 후의 어떤 모습이실 것 같나요?
제가 지금 23살이니까, 20년 뒤면 43살이네요 (웃음)
저는 중간에 큰 탈이 없으면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행복해할 것 같고, 여전히 많이 웃고 여전히 꿈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ㅁ 연기적으로 굉장히 성장을 많이 하셨을 텐데, 그럼 수상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수상소감 한 번 부탁드려요.
'제가 지금 이러한 상을 받을 수 있게 처음으로 연기를 도전한 22살 여름의 저를 칭찬해주고 싶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는 동안 겪은 모든 순간들과 그 순간들 속에서 제 옆에 있어준 사람들께 감사하고,
앞으로 도전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그런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할 것 같네요 (웃음)
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어요.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정말 가치 있는 것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경험은 정말 나만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니까요.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하잖아요. 그러한 생각이나 가치관들을 통해 얻는 것이 저에겐 너무 중요해요.
ㅁ 연기 생활을 하면서 욕심나는 역할이 있을까요?
있어요. (웃음) 저는 밝고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토미나 12번 배심원 같은 역할을 많이 받는데요. 근데 저는 제 목소리 톤이 마냥 높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해주셔서, 낮은 목소리 톤의 악역을 해보고 싶습니다.
ㅁ 만약에 기대만큼의 배우로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기대만큼의 성과에 대한 범주를 정해 보면,, 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만의 벌이가 된다고 하면 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입시를 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저 스스로를 위해 하고 싶은 걸 도전하고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그래서 매사 감사함을 느끼려고 하고 있기에 기대만큼 이 아니라 할지라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할 것 같아요.
ㅁ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계속 연기를 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저는 저를 많이 아껴요. 저를 너무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고 나서 든 가장 큰 생각은 나를 위해서 계속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나를 위한 일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은 바로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있어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힘들 때마다 귀인처럼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웃음) 그런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ㅁ 힘들 때 듣는 노래 혹시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아이유 님의 '아이와 나의 바다'를 많이 들었어요. 가사 중에 제가 가장 공감됐던 가사가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와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도 있겠지 또다시 헤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예요.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지만 겨우 내가 됐음에 난 완성이 되었고, 헤매어도 이제 나로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을 안다는 가사가 저를 많이 위로해 줬어요. 아직도 힘들 때 많이 듣는 노래입니다.
ㅁ 연극 특성상 사람들과 항상 함께하는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 풀 때도 있지만, 같은 연극 전공에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 세 명과 맛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편입니다. 저희가 한 명을 제외하고 자취를 하는데, 서로 집을 놀러 가면서 밥을 진짜 제대로 맛있게 만들어 먹거든요. (웃음)
ㅁ '나는 00이다.'라는 문장으로 지원님을 표현해 주세요.
나는 현재 '아기호랑이'이다. 이 말의 뜻에는 2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입시를 할 때 예상 면접 질문으로 '나는 무슨 동물을 닮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제가 호랑이상이라는 많이 들었어요. 무서운 호랑이는 아니고 동글동글한 아기 호랑이요 (웃음)
호랑이는 그런 기질이 있잖아요. 먹잇감을 포착하면 그 먹이를 절대 놓지 않는 기질. 그런데 저도 목표를 세우면 끊임없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정말 노력하는 편이고, 도달하기 전까지는 보통 쉽게 포기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외적인 것도, 내적인 것도 모두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아기 호랑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OR. 이정안
진행.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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