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될 이야기

< 오늘의 지인: 문예창작전공 이은결 >

by 지인피디



매일 바쁘게 걸어 다니던 길에서 무심코 위를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되게 예쁘더라고요.
유난히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그래서 그런지 이런저런 소소한 행복을 많이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나무도 그중 하나가 돼주었고요. 그러다 문득 놀이공원에서 자유이용권을 끊은 것처럼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 이용권을 끊은 우리의 모습을 잠깐 떠올려 볼까요? 아마 우린 놀이공원 안에 있는 기구를 최대한 많이 누리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자유 이용권을 끊었는데 아무런 재미도 즐거움도 못 느껴본 채 나가게 되면 아깝잖아요.
저는 우리가 모두 인생의 자유 이용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행복들을 모두 누리는 것이, 흔히 말해 뽕을 뽑을 수 있는 인생을 사는 방법이라고 말이죠.
날이 좋은 요즘, 여러분은 인생의 자유 이용권을 즐기고 계신가요?


ㅁ 안녕하세요 은결님. 저희 청취자분들께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전공에
재학 중인 이은결입니다.



PART 1.

시를 쓴다는 것.

이미지 제공: 이은결님


ㅁ 은결님은 문예창작에서 시를 전공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럼 꿈이 시인이신 건가요?

최종적으로 시인이 되는 게 꿈은 맞아요. 하지만 시인만 하면서는 도저히 먹고살 수는 없거든요. (웃음) 이제 대학원을 졸업해서 대학교 강사로 일을 병행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ㅁ 이렇게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에 관심도 있었고, 저희 언니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다들 이쪽을 한 번쯤은 꿈꿔봤었더라고요. 그래서 막내인 내가 한번 이뤄보면 좋겠다고 시작해서 이 쪽을 꿈꾸게 됐어요.
정확히 시인을 꿈꾸게 된 건 고등학생 때 외부활동을 통해 한 친구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였어요. 제가 그 친구를 되게 닮고 싶어 했거든요. 마침 그 친구가 시를 쓴다는 거예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ㅁ 그럼 다른 분야보다 시라는 갈래에 대한 매력을 느낀 이유가 있을까요?

교수님한테 짤 당할까 봐 약간 무섭긴 한데 (웃음)
시는 비약이 허용되는 장르거든요. 저희 교수님께서 '시에는 생물성이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페이퍼 위에 텍스트로 존재할지라도 읽다 보면 뭔가 꿈틀거리는 게 있단 말이죠. 게다가 시는 비약이 허용이 되는 장르이다 보니까 그 꿈틀거림이 더욱 거세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그 부분에 매력을 조금 많이 느꼈던 것 또 있고 이거는 살짝 오프 더 레코드이긴 한데 문창과 시험에서 산문보다 운문이 지원자가 더 적습니다. (웃음)


ㅁ 은결 님은 한 편의 시를 쓰실 때 6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었어요. 6시간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팁이 따로 있으실까요?

제가 지금 24살 되다 보니까 이제 그 말에 대해 공감을할 수 있겠더라고요.
모든 글과 일상에서의 에너지는 코어에서 나온다.
진짜 그 코어 힘으로 버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이제 산책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운동도 조금 열심히 하는 게 팁 아닌 팁이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거는 성격마다 다른 건데 제가 지고는 못 사는 성향이 있어요. 내가 지금 이걸 포기해 버리면 이 텍스트한테 지는 게 될 것 같은 거예요. (웃음) 그래서 약간 그런 승부욕을 끌어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생각합니다.


ㅁ 글 쓰는 사람들은 특유의 관찰력이나 예민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길 가의 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은결님도 스스로 그렇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약간 제가 생각하기에 시 쓰는 사람들은 다 변태거든요. (웃음) 진짜 집요하게 바라본단 말이에요. 에피소드를 들자면, 제가 얼마 전에 인천 아트센터에 갔다가 다리가 하나가 구부러진 의자를 본 거예요. 그냥 지나치면 될 텐데 제가 그걸 또사진을 찍어왔어요. 이제 그 사진을 띄워놓고 아이패드에 띄워놓고 이제 작품 하나를 쓰려고 하고 있죠.


ㅁ 그러면은 지금까지 몇 시를 그럼 몇 편 정도 쓰셨나요?

제가 진짜 산독기 독기라서 (독해서) 입시 때는 일주일에 6편 넘게 썼었거든요.
그거까지 합하면 20~3000편 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제가 또 4수를 했기 때문에 좀 많을 것 같아요.


PART 2.

아니 그런 건 꿈이 될 수 없어

거짓이 하나도 첨가되지 않았잖니.

이미지 제공: 이은결님


ㅁ 이번 서울예대 문창인의 밤 낭독에 선정되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우선 문창인의 밤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어떤 행사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문창인의 밤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 전공의 고유한 행사입니다. 각 반마다 이제 저희 선생님들(교수님들)께서 낭독자 1명씩을 뽑아서 낭독도 하고요. 게임도하고 이번에는 베스트 드레서 추첨도 하는 문창전공 학생들이 즐기는 행사입니다.
< 이은결 - 나무는 나무> 일부 발췌


제가 이번 문창인의 밤에 낭독하실 '나무는 나무'를 읽었거든요. 그중에서 저한테 제일 와닿았던 부분이 '아니 그런 건 꿈이 될 수 없어 거짓이 하나도 첨가되지 않았잖니.' 하는문장이었는데 공허하기도 하면서,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요.이런 문장은 어떤 발상을 시작으로 쓰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이제 시를 쓸 때와 안 쓸 때 온오프(on-off)가 있어요. 쉽게 말해 스위치가 있는데, 그거를 켜니까 잘 안켜지더라고요. 그래서 충동으로 한번 밀고 나가는 시를 써보아야겠다고 해서 쫙 밀고 쓴 게 이제 나무는 나무라는 시예요.

제가 DJ님 마음에 그 문장이 와닿았던 이유를 감히 짐작해보자면, 저는 꿈이 다 거짓이 첨가돼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린 사실 모두 다 안다고 생각을 해요.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이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영영 행복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제 그 미래를 담보로 불확실성에 투자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그런 부분에서 봤을 때 그게 진짜 참된 행복이 아니라 그릇된 거짓된 행복이라고 느껴서 오히려 공감이 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ㅁ 은결님이 시를 쓸 때, 아닐 때 스위치를 누른다는 표현을 하셨어요. 스위치가 꺼져 있을 때는 어떤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저희 동아리가 무기술을 사용해서 퍼포먼스 극 형태로 공연을 하는 무기술 동아리. '무사회'거든요.
그래서 오프일 때는 주로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쌍절곤을 돌리기도 하고요. 저희 집에 산책로가 있어서 거기서 롤러스케이트 쭉 타고 질주를 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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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이은결님


ㅁ 글 쓰기 전에 본인만의 루틴 같은 게 있을까요?

일단 저는 되게 경건한 마음.. (웃음)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차분한 마음으로 손톱을 깎고요. 손을 깨끗하게 하고 나서 제 책상 위에 이제 핸드크림 컬렉션이 있어요. 그중에 뭔가 오늘 쓸 시에 잘 맞을 것 같은 감성에 따라 골라서 핸드크림을 딱 바르고 시작합니다.


ㅁ 굉장히 특별한 루틴이네요. 또 글을 쓸 때 굉장히 전략적으로 쓰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전략을 쓰시는지 살짝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이제 하나의 모티프를 잡아요. 제가 요즘 의자를 많이 좋아해 가지고 의자 하나를 모티프로 잡으면 '나는 다리가 2개밖에 없는 의자를 쓸 거고 이야기의 모티프였으면 좋겠어'라고 이제 딱 생각을 하면 첫 연은 장소성, 공간성을 확보를 해놓고요.
그다음에는 의자에 관한 이미지를 넣어놓고 그리고 3연에는 이제 시 읽어보셨을 때 훅 와닿은 문장처럼, 그걸 이제 저는 킥이라고 표현을 하거든요. 그래서 킥이 될 만한 문장 하나를 놓고 그다음에 이제 쭉쭉 전개되어 갈 수 있게끔 이렇게 뼈대를 잡고 씁니다.


ㅁ 시에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어떤 시를 위주로 쓰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보신 것처럼 산문시를 주로 쓰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 편식을 하면 안 돼가지고 많이 써야 되는데 쉽지가 않네요.


ㅁ 예전에 쓴 시를 읽어보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잖아요. 보통 그런 시는 그대로 두는 편인가요? 아니면 수정을 계속해서 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딱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고등학생 때 써둔 시를 봤을 때 '너무 구려 근데 이 문장과 이 모티프는 따올 만해'라고 하면은 그건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수정을 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한 달 전에 써둔 걸 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묘하게 구려'라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아직 이거를 수정할 레벨이 안 됐다는 뜻이니까 그건 이제 조금 더 묵혀두는 편입니다.


PART 3.

재즈와 도치

이미지 제공: 이은결님


ㅁ 은결 님이 재즈 피아노랑 시 낭독을 함께하시는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꼭 해보고 싶다고 들었어요. 이 둘의 조합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시에는 생물성이 있잖아요. 근데 재즈 피아노에도 생물성이 있더라고요. 저는 원래 재즈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어서 안 듣던 사람인데 학교에 오니까 재즈 피아노 전공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근데 그것도 즉흥 연주를 하는 거래요. 거기서 정해진 악보대로 연주를 하는 것도 정말 너무 훌륭하지만, 즉흥적으로 코드를 짜서 연주하는 게 조금 더 그 생물성이 크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문학에서의 생물성과 음악에서의 생물성이 만났을 때 어떤 파장을 그려낼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 그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ㅁ 직접 쓰신 문장도 좋고 아니면은 좋아하는 시의 문장도 좋고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 있을까요?

저 얼마 전에 쓴 시 중에 있는데 혹시 찾아서 읽어도 되나요? 제목은 도치 도치인데요. 어느 날 제 자신이 너무 고슴도치 쓰레기봉투 같은 거예요. 진짜 탕후루 꼬치가 막 튀어나온..
그런 생각을 한동안 하다가 한 친구가 '아니다. 누나는 밤송이다'라고 얘기를 해줘서 조금 이제 튀어 올라왔던(괜찮아졌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알밤이다'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쓴 시예요. 한 문장 읽어드리자면
'도치는 완전히 자라기 직전 울음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아주 질기고 큰 알갱이가 들어간 청포도맛 음료를 울음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 시 전체가 고슴도치 탄생 신화거든요. 고슴도치가 밤을 뚫고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세상에 고슴도치는 자기 하나인 거죠. 저는 여기서 인간을 민둥도치라고 썼거든요. 다들 민둥도치인데 자기 혼자 고슴도치라서이제 세상과 어울릴 수 없고 조금 변방에 있는 것 같은느낌을 받은 거죠. 눈물은 떨어뜨리면 나오는 건데 울음은 뭔가 내가 계속 삼켜야 될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비강 쪽에서 뭔가 꿀렁꿀렁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느낌에 집중을 하다가 청포도 봉봉이라는 음료수가 생각이 나서 그것도 함께연관 지어서 썼습니다. 또 울음의 초성이 ㅇㅇ 이잖아요. 그래서 둥글둥글 하단 말이에요. 그런 것도 의도하고 쓴 시입니다.


ㅁ 그러면 은결 님은 다른 사람이 쓰신 문장 중에서 엄청 좋은 문장을 보면 어떤 감정을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너무 부러워요. ‘저거 내가 먼저 쓸걸. 나도 분명히 저 발상 진짜 옛날에 진짜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진짜 내가 먼저 할 걸 이런 생각이요.


ㅁ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글 쓰는 사람은 추진력이 있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은결님이 생각하시기에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되는 그런 자질은 어떤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감히 (웃음). 조심스레 말해보자면 저는 조금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두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저는 한때 무조건 우울해야만 최고에 도달할 수 있고, 무조건 땅굴을 파고 들어가야만 그 속에 다이아몬드 같은 문장이 있고 이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유연해지다 보니까 (좀 몸을 많이 움직이고 사람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 보니까) 그냥 길거리에서도 떨어져 있는 다이아 같은 문장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그런 것들을 조금 관찰할 수 있게 내면의 유연성 조금 중요하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ㅁ 은결님이 글을 쓸 때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다거나 평소에 듣는 노래가 있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진짜 신나는 걸 들어요 저 아까 말씀드린 도치 쓸 때는 <데이식스- 뚫고 지나가요>를 많이 들었고요. 영케이님 노래를 많이 들어요. 아니면 좀 내가 마법 소녀처럼 변신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는 <우주소녀- 이루리> 도 많이 들었어요. 조금 잔잔한 노래를 들으면서 쓰면 시 자체의 텐션도 조금 죽게 되더라고요. 물론 제가 그런 시를 조금 지향하고 쓴다면 상관은 없겠지만 저는 조금 요즘 말로 서울 사투리 있잖아요. 그것처럼 저는 제가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이제 조금 통통 튀고 최대한 가라앉지 않는 노래를 들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ㅁ '나는 00이다.'라는 문장으로 은결님을 표현해 주세요.

나는 유키다.
유키는 일본어로 눈이라는 뜻인데요. 제가 소설과 대설 사이에 태어났어요. 그리고 눈은 소리 없이 쌓이고 발자국은 선명하게 남잖아요. 유독 그래서 그걸 시랑 연결 지어 봤을 때 저는 조용히 내리고 그렇게 선명한 발자국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저는 유키로 하겠습니다.


이미지 제공: 이은결님




* 더 자세하고 생생한 이야기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887/clip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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