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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y 29. 2019

두창 저수지

40대 남자들의 MT와 인간의 외로움

40대 남자 8명이 모였다. 

일본에 사는 녀석과, 장모님의 여행으로 못온 녀석 둘을 제외하면 모임 전 인원 참석이다.

40대라고 하지만 갓 앞자리의 숫자가 바뀐 터라 만으로 계산하면 30대 후반의 나이들이다. 

중고등학교때부터 이어진 인연은 근 30여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함께 모임을 한지도 10년이 가까워 진다. 


첫모임에서는 1명이었던 유부남이 이제는 총각이 1명으로 바뀌어 버렸다. 와이프와 아이들까지 모인다면 40여명 가까이 될 인원들이라. 모두 모이지 못하고 남자들만 모였다. 그런 이유보다 남자들끼리 웃고 떠들고 술이 진창 마시고 싶었다고 하는게 맞을거다. 세상 무서울게 없던 10,20대 청춘은 모두 지나가고 이제 아이아빠로 가장으로 살아가는 삶에 약간의 숨구멍이 필요했다고 하는게 솔직한 대답이다. 


1시에 만나기로 했다. 

목적지 두창 저수지 바로 옆 팬션이 3-4Km 정도 남은 때 카톡이 온다. 

약속 시간은 30분 정도 지나 있었다. 


[우리 부터 시작한다~]


숯불에 소고기가 익어가는 사진! 그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옆에 벌써 비어져 있는 소주 병들 


1시무렵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화려한 메뉴만큼 술병도 빠르게 비어져 갔다. 


소고기 갈빗살,  업진살을 굽기 시작해 소주가 5-6병  인천에서 공수해온 두툼한 장어를 소금 구이로 구워 또 다시 소주가 5-6병, 옛날 생각 난다며 얻어온 돼지 꼬리를 구워가며 떠들어가며 또다시 소주가 5-6병 끊임없이 구워가며, 마셔가며 떠들어 댔다. 해가 지기도전 벌써 남아 있는 소주병을 찾기 어려워질 정도가 되었다. 


적당히 오른 취기건만 아직 해는 떨어지지도 않았고, 한적한 호수가에 있는 펜션인지라 한바퀴 산책을 하기로 했다. 5월의 화창한 날씨는 낚시꾼들을 자극 하는가보다 적지 않은 수의 조사들이 괜찮아 보이는 포인트나 좌대에 앉아 무심히 찌를 바라보고 있다. 날씨도 좋고, 술도 한잔 했고 저들처럼 살아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수지는 그리 크지 않다, 저수지 둘레는 한 바퀴 도는데 40여분 정도가 걸렸던 듯 하다. 둘레길 처럼 정돈된 길을 걷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갓 자란 잎사귀들을 뚫고 내리는 녹색의 햇빛이 좋았다. 저수지 물속에서 자라 빼꼼히 가지를 내밀고 있는 나무는 물새들의 쉼터가 되었고, 찌를 바라보다 살짝 잠이든 낚시꾼의 모습은 5월의 기분 좋은 날로 기억되기 좋은 장면이었다. 


한 차례 산책 뒤에야 저녁 놀이 지며 어스름해지기 시작했고, 취기 때문인지 어스름 때문인지 더 진솔한 대화가 오고가지 시작했다. 

누구보다 거칠고, 무용담 많은 친구의 말이 기억에 박힌다. 


[요즘 자꾸 와이프한테 '나 안사랑하나봐~?'라고 말하게 된다니까. 둘이 같이 운동하는데 와이프가 나 퇴근해서 들어오면 함께 나가기 위해 애들 저녁 차리느라 바뿐데... 가끔 나도 좀 챙겨줬으면 하는 생각이 요즘 들면서 자꾸 들어 그러다가  와이프한테 나 안사랑하나봐~? 라고 자꾸 이야기 하게 되네]


[지금 한창 아이들한테 손이 많이 갈 때잖아~ 니가 그거 이해해야지. 야 그리고 지금은 남자들이 집안일, 애들 돌보는거 다 같이 해야될 세상이야]


[응 그렇지 그런거 다 아는데. 예전에는 서운하지 않았던게 요즘은 조금 서운해 졌달까? 애들 먼저 챙기는게 당연한건데 예전에는 서운하지 않았던 일들이 서운해보이는게 생겼다는거야]


[야! 그거 갱년기야 갱년기!!]


중년 남자의 외로움은 갱년기라는 농담같은 진담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모두들 조금씩은 느끼고 있었던 일들이다. 중년(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지만) 남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조금씩 커졌다는게 눈에 보인다. 


소주 한짝이 비어져 갈 때쯤 우린 스스로 결론을 냈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들이라고. 

아무리 행복한 가정이 있고, 사랑하는 와이프가 있고, 금쪽 같은 아이들이 있어도 

문득 문득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라고 

남자 여자를 떠나 인간이라면 느끼는 외로움이라고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줄어드면, 스스로 즐거운 일보다 내가 속한 우리라는 공동체(가족, 직장, 친척 등등)를 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날수록 인간을 때때로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젊은 날 처럼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는 와이프의 애정어린 눈빛도, 자녀들의 사랑스런 눈빛도 치유해지지 못한다는 것 

고로 인간은 외로운 존재들이라고 

나아지기 위해서는 가정이 있고, 나이가 들어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수지에 달이 걸리고 

반짝이는 낚시찌는 바람에 흔들거리고 

타닥타닥 장작불이 타들어가는 저수지 옆의 팬션에서 

남자 8명은 인간에 대해 떠들어댔고, 

이는 지금 각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치유하는 스스로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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