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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Nov 09. 2023

공감하되  물들지 말아라.



아이야 

나중에 네가 자라 너의 반려자와 생을 함께 할 때 필요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말해주려 한다. 

이는 지극히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란 쉽자 않단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방법은 넘치고 많지만 이것만 잘 지킨다면 나머지는 쉽게 풀릴 수 있을게다.

너희는 서로 삼십여 년을 떨어져 지내온 사람들이다.  같은 수 없단다. 

같은 것을 보아도, 같은 음식을 보아도, 같은 슬픔 과 기쁨을 느낄 수는 없단다. 

그렇기에 너희 둘의 언어는 같은 것을 가리키지 않는단다. 


나는 엄마와 결혼하고 신혼 때 간장게장을 참 많이 먹으러 다녔단다. 엄마는 게장을 참 좋아했지. 

하지만 아빠는 게장을 좋아하지 않았어. 수고에 비해 먹을 양이 적었기도 했고, 물컹한 게살의 식감과 비릿함을 좋아하기 어렵더구나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했고, 근사한 외식을 할 때면 게장을 먹곤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후에 아빠는 깨달았단다. 나는 간장게장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리고는 솔직히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단다.  다른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엄마가 싫어하면 어찌할까. 실망하면 어찌할까 고민고민을 했는데 엄마는 아무런 고민 없이 다른 음식을 먹자고 했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엄마에게 내가 다른 음식을 먹자고 해서 기분이 상하지 않았는지 조심히 물었단다.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나는 당신도 게장을 좋아하는지 알았지. 다른 음식을 좋아하면 그거 먹으러 가면 되지"

라며 별 걸 다 묻는다고 타박을 하더구나. 


아빠는 좀 더 솔직해야 했단다. 

상대방의 취향을 따르는 것이 사랑이 아니란다.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방향은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란다. 


상대방이 너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란다. 

사랑에 눈이 멀 때는 상대방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 하지 


그러다 어느 순간 지쳐가는 너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게다.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되 그것에 물들어 너 자신을 잃어 간다면 그것은 일방적인 구애일 뿐이란다. 


사랑은 너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이란다. 


상대방의 말을 잘 귀 기울여 야만 한단다. 

하지만 너무 깊이 빠지지는 말거라. 


특히 상대방이 힘겨워하거나 슬퍼할 때는 적당히 거리를 지켜야 한단다. 

상대방의 말을 너무 깊이 공감해 버리면 너도 그 고민과 우울함에 빠져 버린단다. 

그러면 상대방은 네게서 위로를 구할 수 없게 된단다. 


너는 공감하되 너무 물들지는 말아라 대신 어깨를 빌려주고, 잠시 기대어 쉴 수 있게 쉼터를 제공해야 한다. 

함께 우울해지거나, 힘들어진다면 너에게 상대방은  고민과 슬픔을 터놓고 말할 수 없게 된단다.  


결혼생활은 함께 극복하는 것이란다. 

너무 물들어 버린다면 함께는 하되 극복하기는 어렵게 된단다. 

살짝 미소 지어주고 별일 아니라고 다 잘될 거라고 말해주렴 

진심으로 위로하되 상대방의 기분에 물들지는 말아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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