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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Nov 08. 2023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글

https://brunch.co.kr/@singo/33


모든 사람은 고유하다. 개인에게 있어 그 고유성을 지키고 성장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명제다. 그 고유성은 성인이 된다고 한순간에 인격으로 구현될 것은 아니다. 


브런치 구독작가 새로 님의 줄탁동시의 한 구절이다.  


성인이 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가 고유성이다. 이것은 홀로 이뤄낸 결과물이 아니다. 혼자서 뚫고 나올 수도 없고, 밖에서 무작정 깨어 준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저잣거리말로 손발이 맞아야 뭐라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새로 작가님은 이를 간결하게 정리해 주셨다. 


박찬호가 축구를 했으면 손흥민이 될 수 있었을까?
김연아가 역도를 했으면 장미란이 될 수 있었을까?



씨앗은 생김새 만으로도 장미가 피어날지 해바라기가 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 인간은 모양도 비슷한데 그 안에 어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재능이 있는지 도무지 예측가능하지 못하다. 부모조차 아이의 재능을 쉬이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재능, 혹은 고유성을 발견하는 것은 생물학적이거나 법률적인 가까움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한 주체로 바라보는 관심 있는 주위의 경험자일 가능성이 더 많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은 알의 어느 부분을 깨어 트려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과 같다. 공략해야 할 공략점 찾는 일은 고유성을 갖추는데 가능 빠른 길일 수 있다.  아이에게 최소한의 실패를 경험하고 최대한 많이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가 잘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주는 것으로. 




나는 아직 나의 아이들의 재능을 잘 알지 못한다. 또래 다른 아빠들에 비해 월등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우리 아이들의 재능을 찾지 못했다. 조금 싹이 보이는 정도의 재능을 발견하긴 했지만, 아직 장담하긴 이른 것 같다. 


나는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노하우를 전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그리 특별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이다. 나의 관심은 일에 실패한 후, 혹은 상처를 받은 후에 시작된다. 그 실패라고 부를 만한 일에서 아이가 극복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아이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가 더 큰 관심사이다. 


나도 그러했고, 사회도 그러했는데 우리는 이기는 법에 더 집중해서 교육받아왔다. 


남들과는 다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우리는 교육의 방향을 고정한 채로 남들보다 다르고 빠르게 그곳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최고 중점이었다. 실패하지 않고 이기는 법.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며 현실에서는 또 다른 방식을 경험한다. 


끝까지 버티는 놈이 이긴다고 


인생을 살다 보면 실패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고, 행복은 계속되지 않으며, 맑은 날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몸소 배운다. 그리고 결국 끝까지 버티고 서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우를 목도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우리는 버티는 법을, 일어나는 법을 배우지 신경 써서 배우지 않았다. 우리는 이기는 법을, 이기는 방법에 도달하는 법을 배울 뿐. 이기지 못했을 때, 성공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서는 법을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이기면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배웠다.  계속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어쩌면 지금의 나는 아이와 서로 반대 방향의 알을 깨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새들에 비해 더 늦게 날수도 더 낮게 날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던 경험이, 그래서 실패에서 극복할 수 있었던 상처가 다른 새들에 비해서 더 오래 날고,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게으른 아빠의 정신승리일지 모르지만 나는 나보다, 우리 아이를 더 믿기에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photos/birds-egg-egg-shell-hatched-3471439/


https://brunch.co.kr/@teamturtle/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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