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Nov 10. 2023

동월

계절은 소리 없이 드나든다. 가을의 서늘한 공기가 좋아 조금 열어둔 창문 틈으로 가을이란 놈 대신 겨울이 슬며시 자리 잡았다. 나른한 몸을 침대에 누워 기분 좋게 책을 읽을 무렵 차갑고 서늘하고 깔깔한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다. 갑자기 피부가 곤두선다. 


비가 내렸던 하늘은 맑게 개어 달이 유난히도 차갑고 또렷하게 보인다. 이상하게 겨울의 달은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더 예쁘다. 계절마다 한 가지 예쁜 것들이 있는데 봄에는 싱그러운 초록색이 예쁘고 여름에는 한껏 피어난 색색들의 꽃들이 예쁘다. 가을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색이 그 예쁨을 뽐낸다. 그리고 겨울에는 달이 예쁘다. 


잎이 모두 달아난 나뭇가지는 달이 걸리기 참 좋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걸린 달은 잎을 잃은 나무마저 풍성하게 보인다. 눈 내린 밤의 날은 더 밝다. 소복이 쌓인 밟지 않은 눈은 거울처럼 달빛을 튕겨내고 그 겨울의 밤은 어둡지 않다. 겨울의 달의 날카로운 칼바람에 그 테두리를 깎은 양 또렷하고 선명하다. 시린 밤하늘의 구름은 날카로운 바람에 모두 흩날려지고 홀로 남은 예쁜 달은 그 곁은 별로 채운다. 


겨울의 밤하늘은 달과 별로 외롭지 않다. 

잎들도 빼앗기고, 사람들마저 빼앗긴 밤거리는 달과 별로 대신한다. 

발걸음 소리와 사람들의 숨소리를 베어 버릴듯한 바람소리가 대신한다. 

한숨에 폐까지 얼어붙은 것 같은 찬공기도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을 보자면 견딜만하다. 


인간은 온기를 찾아 집으로 집으로 숨어들지만 창밖의 달에 눈을 뗄 수 없고, 

달을 벗 삼아 밤을 버틴다. 


겨울은 밤은 달이 모든 것을 지킨다. 

매거진의 이전글 태안 바닷가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