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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Nov 30. 2023

로또 3등의 저주

로또 3등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6개의 숫자 중 순서에 관계없이 5개의 숫자를 맞춰야 합니다. 당첨확률은 1/35,724 퍼센티지로 변환하면 대략 0.0028% 의 확률이 됩니다. 당첨금액은 대략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여기에서 단 하나의 숫자를 더 맞추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바로 로또 1등이 됩니다. 확률은 1/8,145,060로 퍼센티지로 약 0.00001227% 가 됩니다. 당첨 금액은 요즘은 대략 10억에서 20억 사이정도가 됩니다. 한마디로 대박이지요. 


 일전에 전 로또 3등에 당첨된 적이 있습니다. 고향집에 다녀오며 아무 생각 없이 자동으로 고른 복권이 숫자 5개가 맞아 3등이 되었지요 그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말도 못 합니다. 번호를 맞춰가는데 손이 덜덜덜. 조금 더 과장하면 침까지 흘리뻔 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그 감동은 딱 5분 갔습니다. 5분이 지난 후부터는 얼마나 아쉽던지. 마치 내 돈 10억을 빼앗긴 사람처럼 억울함 마저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합니다. 3등 당첨금 130만 원을 찾으러 가서도 축하드린다는 은행원의 말에 속으로는 '내 돈 10억을 빼앗겼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엊그제 고독사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족마저도 고인의 유해를 인도받기 거부해 무연고자로 장례를 치르게 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남자는 5평 남짓의 원룸에 살고 있었습니다. 보통 고독사한 남자들의 방에는 술병이 뒹굴기 마련인데, 남자는 술병 대신 박스 안을 가득 메운 로또 영수증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박스 위쪽에는 2등 당첨금 4,400여 만원을 수령한 영수증도 있었습니다. 남자는 로또 2등에 당첨된 이력이 있었습니다. 보증금 200 만원에 월세 30의 방에는 어떠한 사치품이나 변변한 가구마저 없었기에 도대체 그 당첨금을 어디에 쓴 것일까 의아했던 청소부는 로또 용지를 보고 알아챘습니다. 남자는 2등이 당첨된 그 이후부터 매주 수십만 원에 가까운 로또를 구매한 것입니다. 그 남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그 남자 역시 1등 당첨금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숫자 하나만 더 맞으면 된다. 숫자 하나만 더!라는 생각에 남자는 2등 당첨금을 모조리 로또에 다시 쏟아부었던 것입니다. 


숫자 하나만 더!!!!!


그렇게 남자는 모든 당첨금을 소진하고 5평의 원룸에서 홀로 죽어갔습니다. 보증금 200에 비하면 4,400만 원의 금액은 굉장히 큰돈입니다. 그 돈으로도 남자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빼앗겼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노력에 비해 큰 행운이 경험하게 되면 결과의 가치를 과소평가합니다. 힘들게 번 하루 일당을 손쉽게 날리기는 쉽지 않지만 길을 가다 주은 지폐는 내 지갑에 머물지 못하곤 합니다. 행운에는 우리의 노력과 가치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원래 없었던 돈이기에 지출하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없던 돈인데 뭘...


그리고 또다시 그 행운이 내게 올 것이라 믿게 됩니다. '내게 한 번 왔는데 두 번 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싶지요. 우연으로 맞은 행운을 다시 접하기 위해 그날의 우연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당첨된 장소에서 당첨된 요일과 시간을 정해 다시 반복하며 또다시 그런 행운이 일어나기를 바라지요. 앞에서 말했지요 로또 3등의 당첨 확률은 0.0028% 정도의 확률이라고. 내게 다시 일어날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한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도적인 믿음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집착을 하게 되지요.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로또를 샀던 장소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방문해 또다시 3등의 아니 3등 이상의 행운이 따르기를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노력했습니다. 한동안 이어졌던 나의 저주는 로또 판매점이 이사를 가면서 다행히도 사라졌습니다. 로또 판매점이 사라지면서 저는 묘한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마치 1등으로 가는 티켓을 놓친 것 같았습니다. 삶의 공허함마저 느껴졌습니다. 1등이었으면 지금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도 남아을 텐데. 생각할수록 후회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고른 숫자도 아닌데 말이죠. 저주였습니다. 무엇을 해도 로또 1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대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한 때의 추억 같은 것으로 기억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노력하지도 않고 얻은 행운이 자꾸만 아쉬워 슬퍼지기조차 합니다. 마치 인생의 몇 번 오지 않는다는 기회를 빼앗긴 것 같았으니까요. 그저 시간이 흘러 받아들여졌을 뿐. 어떤 노력도 쉬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긁고 긁어 피가 나고 또 긁어 딱지가 잡히고 잡혀 굳은살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랍니다. 


이 정도면 로또 3등은 행운일까요? 저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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