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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Dec 09. 2023

세 번째 코로나가 가지고온 고민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도 이제는 잊혀 가는 시기에 코로나를 걸렸다.

시작은 큰 녀석. 감기기운에 막내와 소아과를 다녀왔다. 숨소리를 들어보니 폐렴이나 독감처럼 보이지는 않다신다. 누런 코가 좀 있으니 항생제를 조금만 쓰자신다. 진료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혹시 모르니 집에서 코로나 검사 한 번 해 보세요. 병원에서 하면 비싸기만 하구요. 어차피 코로나여도 지금이랑 똑같이 약이 나갈 거니까. 혹시 집에서 검사 한번 해 보세요"


친절한 의사 선생님 인기가 많은 게 이해가 간다. 나오면서 슬쩍 대기 인원을 보니 오후진료에 대기 인원이 60명이다. 선생님 부자 되시겠어요.


컨디션도 괜찮기에 학원도 다녀오고 밥도 잘 먹었다. 저녁이 되어 혹시 아까 들은 말이 맘에 걸려 남은 자가 키트를 꺼냈다. 선진국이다. 코로나 자가키트 한두 개는 집에 상비약으로 있는 대한민국.


엥?


흐릿하지만 두 줄. 코로나다.


아이는 세 번째. 처음에 걸렸을 때는 축 늘어져 힘이 없는 아이가 불쌍했서 못 봐줄 정도였는데 두 번, 세 번이 되어서일까? 몸이 적응한 걸까? 코로나인데 보통 감기와 달라진 게 없다. 가래가 좀 낀 목소리 말고는 잘 논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집에서 쉬었다. 권고사항이지만 그래도 전염병인데 학교를 보내려니 마음이 걸린다.

아이는 신났다. 겨울이라며 겨울에는 도깨비를 다시 봐줘야 한다며, 1편부터 끝까지 다시 정주행 하시는 위엄을 토하신다. 한대 확 쥐어박으려다, 그래도 코로난데 안 아픈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금요일 아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교 갈 준비며 숙제며, 모든 것을 챙기고는 아침을 드시자마자 쌩~ 학교로 향했다. 세 번째 코로나의 위엄인가 보다.

오랜만에 세 아이를 모두 등원시켰더니 집안이 휑하다. 조용하다. 평화롭다. 커피도 한 잔 하고 좀 쉬어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은 더 행복하다. 오랜만에 마신 향긋한 커피가 칼칼하다. 엥? 목이 좀 칼칼하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좀 열감이 느껴지긴 했는데... 기분이 싸하다.

이런 기분은 틀린 적이 없다.


나 역시 두 줄의 자가키트


아이가 얌전히 지나갔기에 나 역시 조용히 지나가리란 기대는 열이 38도에 닿던 순간 깨졌다. 예전의 근육통이 되살아 났다. 온몸이 욱신 욱신 목에는 가래가 한가득에 그르렁 그렁 쿨럭쿨럭. 머리는 빙그르르. 아내는 이왕 이리된 것 온 가족 한꺼번에 걸리고 한꺼번에 앓아눕자 하지만 차마 아이들에게 더 전파시킬 수는 없어 나 홀로 격리 중이다. 집에 있는 감기약을 왕창 때려 넣고, 타이레놀을 삼키고 한 잠을 푹 자고 났더니 조금은 살만하다.


고민이다.

괜찮아졌다고 스스로 한 자가격리 해제하고 가족과 함께?

아니면 이대로 홀로만의 시간을? (간만에 너무 편한데...)


아... 도저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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