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Dec 11. 2023

欲速不達

주말이 이렇게 길거라 생각도 못했다. 이러도 긴 주말은 처음이었다. 지난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였다. 무림에 비유될만한 출판계에서 무림제일을 꿈꾸는 의욕은 충만했지만, 나는 내공이 부족한 무림 초보와 같았다. 그래도 나는 절대고수가 되고 싶었고, 그 처음의 일은 문파에 가입하는 것. 어떤 글쓰기 플랫폼이 나을까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네이버 블로그는 쫌... 순수하지가 않다. 다음 쪽이 글에 대해서는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데 티스토리는 좀 어렵다. 복잡하다.(제 이야기입니다). 다음에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제법 작가를 우대하는 느낌이 난다. 게다가 누구나 발행이 아니고 선별한단다. 


좋다. 문파에 가입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시련은 참아 줘야 하지 않을까. 찬찬히 가입 심사를 살펴보았고, 별거 없었다. 하지만 나도 별거 없었다. 게다가 시간도 없었다. 오늘 금요일이 지나면 다음 주 월요일에서 내 신청서를 읽을 테고, 나의 화려한 작가 데뷔가 주말만큼의 시간 동안 지체될 것이다. 이는 국내 침체 문학계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 브런치 문파에 가입을 할터이니 합격패를 내놓으시오. 


금요일 오후쯤 부랴부랴 신청서를 제출했다. 목차가 어떤지, 앞으로 쓸 내용이 어떤지 의식의 흐름대로 초식... 아니 키보드를 흩날리며 신청서를 채워나갔다. 승인이 나면 무엇부터 써볼까. 작가의 길이란 꽤 살만할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나머지는 내 영역이 아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부족함이 없겠지. 


착각이었고, 떨어졌다. 똑

냉정히 생각해 보면 내가 금요일 오후에 신청서를 접수한들 브런치 직원분들이 야근을 하면서 내 신청서를 확인해 주실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게는 주말의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스스로의 조급함에 제대로 준비 없이 일격을 날렸다. 물론 브런치파의 정문은 그것보다 더 튼튼했던 셈이고. 그래서 아직까지 브런치를 믿고 있는 거고.




성준파 복기신검 제1식

욕속부달(欲速不達) 

'하고자 하는 일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아 안달하다 보면 오히려 일을 망친다'


의욕이 앞설 때는 휴식이 초조한 날들이 있다. 할 일은 산더미처럼 보이고, 일들을 처리해야 결과가 내 앞에 나타날 것 같다. 휴식 시간마저 일에 양보하며 몰두하곤 한다. 인간이 혼자서 모든 일들을 완성해야 한다면 쉬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거 혼자서 농사짓던 때는 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쉼 없이 부지런히 논과 밭을 다듬는 농부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 사회는 한 사람의 능력으로 움직이는 사회는 아니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협업을 하면서 더 커다란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과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 한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최소한의 필요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과정은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고자 하는 일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안달하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쉽다. 


선조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 보리밭에서 숭늉 찾는다. 싸전에 가서 밥 달라고 한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지 말고 순서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급한 마음은 나의 바람일 뿐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급하되 느긋하게, 조급하되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무림고수가 되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 번째 코로나가 가지고온 고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