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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Dec 11. 2023

如鳥數飛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와신상담하여 얻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다. 나는 드디어 브런치 파에 입문하였다.  절대고수와는 기연이 없는 나는 홀로 참된 스승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나 아직 제대로 된 보법이나 경공술마저도 알지 못하기에 매일 같이 맨손 도수 체조로 기초 체력을 다지는 수밖에 없다.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은 간단하다. 매일 좋은 글을 읽고 그에 대해 곱씹으며, 그 형태와 느낌과 운율을 흉내 내어 써보는 것이다. 매일 같이 눈이 시리도록 글을 읽고, 손이 곱아지도록 글을 쓰는 일을 반복하니 단전에 내력이 한 방울 쌓이기 시작함을 느꼈다.


비로소 잘 된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구분하는 혜안이 트였다. 하나 허상과 실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높고 낮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아직 스스로의 무공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느 날은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한탄스러워 저잣거리에서 창피함도 모르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하늘은 어찌하여 내게 재능과 스승을 주지 않고 욕심만을 주신 것이냐.
이리도 원통하구나. 나 스스로 망신을 주어 욕심 많음을 꾸짖노라"

https://brunch.co.kr/@teamturtle/141


하니 저잣거리에서 있던 숨은 고수들이 그 모습이 기이하여 관심을 보였다. 보아하니 무림초출의 발악에 자신들이 겪었던 무림입성기가 떠오르는 듯하였다. 남궁가의 천유, 화산파의 천재작가, 무당파의 김도비, 개방의 청년클레어, 북궁세가의 박나비, 명교의 소위. 그들은 이미 브런치의 구독자 급등, 에디터픽,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등 수많은 업적을 남기신 분들이다. 무림에서 이름 꽤나 날리고 있는 고수들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동시에 전음을 날렸다.


"새는 날기 위에 날갯짓과 같이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바.
소공자 그대로 부끄러워 말고 더욱더 정진하세요"


성준은 주변에서 울리는 전음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살폈으나 이미 고수들의 기척은 사라졌고, 성준은 그들을 따라갈 기운이 없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머릿속에 울리는 그 전언을 되새기기 위해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성준파 복기신검 제2식

여조삭비(如鳥數飛)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하는 날갯짓과 같이 끊임없이 배우고 연습하여 익힌다는 뜻으로, 주위를 잘 살피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이른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부족함을 알게 된다. 부족함을 스스로 아는 것은 행운이다. 다음의 행간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가 날아가기 위해서는 생긴 모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 하여도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날아갈 수  없다. 지면을 박차는 힘, 대기를 가르는 날갯짓, 바람을 읽는 영민함이 있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무림초출에게 기연은 없다. 기연이 없다함은 무엇을 해야 할지 예측 가능한 것이다. 출판계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면 된다. 꾸준히 읽고 쓰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눈빛과  끝을 날카롭게 예린다. 성준은 그 후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서툰 걸음일지라도 매일의 한걸음을 걷는 것처럼. 작은 글이라도 쓰고, 읽으며 내공을 다지고 있었다. 단전에 느껴졌던 한 방울의 내공이 점차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 곧 간장종지 정도의 내공이 쌓이면 이제는 내공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호흡법을 배워야 한다.

성준은 초조해하지 않고 그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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