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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Dec 23. 2023

동생의 죽음을 글로 쓰는 이유

이제야 쓰는 프롤로그

동생의 일을 글로 쓰고 있다. 

10년이 된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는 것은 

말로, 글로 풀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아프니까 외면했다. 모른척했다. 그렇게 괜찮은 듯 살았다. 

실로 아무 일 없는 듯 살기도 했다.

처음부터 외동이었던 것처럼 


글을 쓰는 건 마주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에. 

내가 잊으려 했던 사건에 

내가 후회하던 모든 순간을 다시 꺼내어 돌아보고, 닦아내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아프다. 그리고 여전히 후회된다. 

아직 꺼낼 시간이 아닐 수 있고, 

어느 순간에 꺼내어도 아픈 이야기 인지도 모른다. 


그걸 글로 찍어 누르고 있다. 아픔의 순간을, 후회의 순간을, 

미안함의 순간을,

그리움의 순간을,

글자로 하나하나 찍어 누르고 있다. 

가슴속에 응어리를 무게로 활자를 누르고,

잠들어 있던 그리움으로 글자를 새기고 있다. 


무거운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감춰두었던 기억도 여전히 아프다. 

후회의 딱쟁이를 새로 떼어내는 것 같다. 다시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 


한 편이 되고, 두 편이 되고, 

글이 차오른다. 

그리움을 담아서, 후회를 담아서, 꾸욱 꾸욱 눌러서 글을 채운다.


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털어버리지도 못할 일이지만.

활자에 담긴 동생은 

가슴에 담겨 있을 때보다 살아 있는 듯하다. 

활자 속의 동생의 투정이, 분노가, 화남이 목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나아지려나...

털어버리려나..


동생을 잃은 일이 나아질 리가 있을까?

아들을 잃은 일이 괜찮아질 수 있을까? 


품고 살아야지.

안고 살아야지.

아프지만 가슴속에

아프지만 마음 안에

예쁘게 담아. 

그리움만 담아.

울지 않고 꺼내 볼 수 있게 

함께 살아가야지. 


활자에 담긴 동생을 예쁘게 프린트해 

책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모르는 삼촌의 이야기를 혹여나 읽어줄까 

식탁 위에 모르는 척 스윽 밀어두었다. 


읽을까?

읽으려나? 


아이들에겐 그저 낯선 이야기일 뿐인데...


내 안의 동생을 활자에 꾸욱 꾸욱 눌러 담아. 

책 속에 살게 한다. 나를 위해서. 



https://brunch.co.kr/brunchbook/missing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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