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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_연재를 마치며

by 성준

얼마 전 본가에 다녀왔다. 어머니와 옛이야기를 많이도 나눴다. 우리 집은 생각보다 가난했었다. 나는 가난을 잘 모르고 자랐다. 아니 돈이 없는 건 아닌데 쓰실 줄을 몰랐다. 두 분 다 어린 시절을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아오셨던 터라 돈을 쓰는 것을 정말 못 견뎌 하셨다. 내 초등학교 졸업식에 나를 혼자서 중국집에 보내셨던 이유도 본인의 입으로 들어가는 돈이 아까우셨단다. 평생을 본인을 위해 쓰는 걸 아까워하며 사신다.


그리고 내게 말하셨다.


"나는 사랑받을 줄 모르고,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자랐어. 그래서 내가 너를 볼 때면 미안해 엄마 때문에 성준이 성격에 그늘이 진 건가 싶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얼 해주는 걸 모르고 자랐어."


"엄마는 성준이가 아픈 뒤부터 무얼 해도, 나는 이렇게 즐기면 안 되는 사람인데. 나는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인데 란 걸 달고 살았어. 무엇을 해서 재밌어도 그 순간 가슴속에 응어리가 콱 뭉쳐. 나는 이러면 안 되는 사람인데란 생각이. 성준이 보내고, 이제는 성준이도 아프지 않고 잘 지내겠지란 생각에 그래도 조금 나아졌어"


나는 크게 불편함이 없이 자랐다. 스스로 가난하다 생각해 본적도 없다. 그런데도 나의 부모는 미안해하셨다. 평생을 본인들을 위해 쓰시지도 못하시면서도 못해준 게 많다며 자책하셨다.

부모들은 자녀의 잘못과 실패마저 본인의 잘못처럼 생각한다. 나의 부모가 그렇고, 내가 그렇다. 아이가 아파도 부모 잘못. 아이가 실패를 해도 부모 잘못이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 시간 모든 것들이 필요하다. 그걸 다 부모들은 감수한다. 그럼에도 항상 미안해한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어렵다.

도통 쉬운 것이 없다.


정답도 없고, 끝도 없는 육아는 어쩌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돌보았고, 나도 누군가를 돌보아 주는 것. 그렇게 사람은 살아온 건가 보다. 육아라고 쓰지만 삶이라고 읽어야겠다.



육아에 관한 연재를 마칩니다.

한동안 내버려 두고, 숙성이 될 때쯤에 퇴고를 해보겠습니다.

퇴고하면 나아진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 부탁드려요^


퇴고 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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