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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10. 2020

결핍의 미학

젊은이에게 젊음이 소중하다 백번 말해봐라. 니 입만 아프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보다 목마름이 왔다. 

남들과 같지 않은 일상들 속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한없이 작아만지는 나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한 몸부림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안을 삼기 위함이다. 


목적을 가지고 하는 책읽기는 등떠밀려 하는 과제와는 그 질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활자의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하고, 생명력있게 느껴졌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글쓴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이 아닌 머리속에서 울리는 착각마저 들었다. 


다음 순간엔 아쉬웠다. 마흔이 되어서야 느꼈던 책읽기의 소중함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이 항상 넘쳐나고, 읽을 거리가 주어지고, 심지어 읽는 방법마저 친절히 

알려주던 그 때 이런 경험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읽어야 한다는 것에만 집착하고,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 뒤에 숨겨진 내용들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심지어 언제고 다시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인생에 있어 무언가 소중함을 느낀다는 것을 그 것이 결핍되었을 때 경험할 수 있다. 결핍이란 있어야 할것이 없거나 모자란 상태를 말한다. 돈이나 명예처럼 없던 것을 운 또는 노력으로 쟁취했다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다. 결핍의 우선조건은 노력없이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을 얻거나 이룩하기 위한 비용이 투자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 것들이 없어지거나 모자란 상태를 말한다. 시간이나 건강이 그렇다. 


건강이 소중함을 안다면 당신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하거나, 큰 병이 왔을 것이다. 

젊음과 시간이 소중해 지기 시작해지면, 벌써 나를 위한 시간과 체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소중함을 인지했다면 결핍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들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넘쳐나는 순간 소중함의 타이틀은 빼앗겨 버릴 것이다. 

젊음이 넘쳐나는 순간에 젊음의 소중함을 알수 없는 것은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넘쳐나던 것에서부터 부족해지는 쪽으로 움직이며 어느순간 저울의 높낮이가 같거나 바뀌게 되면 비로서 결핍의 미학이 시작된다. 



젊음이 그러하고, 건강이 그러하고, 지금의 마스크가 그러하다. 

부족하기 전엔 모른다. 그들도 그러하고, 우리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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