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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14. 2020

77,000 뷰를 가진 글

터졌다. 왜인지 이유는 모른다. 

어느 날 거의 울리지도 않던 브런치 알림이 울리고, 한 시간 간격으로 1,000명 돌파 3,000명 돌파 알림이 울렸다. 내 생애 처음 있는 일이다. 오후가 넘어서자 조회수는 10,000명이 넘었고 이제는 즐거움보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댓글이나, 라이킷이 늘지 않는다. 피드백이 없고, 소통이 없다. 심지어 다른 글로 넘어가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그 글만을 쓱 훑어보고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내 글은 소위 낚일 만한 제목의 글이었을 뿐이다. 



https://brunch.co.kr/@teamturtle/25


내가 다시 봐도 그냥 확인하고 싶게 만든 글의 제목이다. 난 이 제목으로 70,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곤 부끄러워 하루 글을 쉬었다. 


7만 뷰의 글을 쓰기 전에는 짧게라도 하루하루 글을 써 내려가는 습관을 기르자라는 마음으로 깊게 생각하기보다 일단 쓰는 습관을 갖고자 짧게라도, 그때그때 의식의 흐름대로 라도 글을 써 왔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게 되니 부끄러워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내 글을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단순한 재미가 아닌 읽은 뒤 여운이나 작은 울림 기타 등등의 기억에 남을 만한 글이 못된다. 난 이런 글을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고민도 없이 내 보인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쓰는 것은 반성문에 가깝다. 


이 반성문은 글을 좀 더 잘 쓰자는 의미의 반성문이 아니다. 글쓰기를 하루 거른 것에 대한 반성문이다. 

나는 나의 글쓰기 실력을 안다. 평균보다 아주 살짝 낮은 정도에 머물러 있고, 감정에 기대거나, 모호한 문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깊게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라도 더 글을 써봐야 나아지는 것이다. 


7만 명의 사람들이 보아 창피하다고 해서, 좀 더 고민하고 퇴고하고 2-3일에 한 편의 글을 쓴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하루하루 매일매일 아주 짧은 글이라도 쓰고 쓰고 또 쓰고 깨지고 해야 조금이라도 글을 쓰는 게 나아질 거란 것이다. 


나는 반성한다. 어쩌다 한 번 터져버린 조회수에 순간 내 스스로의 실력은 망각한 채 뱁새처럼 넓은 보폭을 쫓아가려 했다. 나는 나의 보폭을 알고 있고, 그 보폭에 맞추어 매일매일 써 나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꾸준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하루 라도 글이 오르지 않으면 꾸짖어 주세요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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