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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15. 2020

35살에 은퇴하기

feat. commumication theory 

나는 이제 갓 마흔을 넘었다. 그러나 나는 옛날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옛날 사람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사회생활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면 옛날 사람이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사회와 밀접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가 돌아가는 트렌드나, 유행, 뉴 테크, 등등의 신문물에 빠른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옛날 사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옛날 사람은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처럼 와이파이 연결법에 서투르고, 아직도 옛날 의미의 폰뱅킹을 사용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 포스기를 사용하는데 한참을 확인해야 하는 그럼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론 난 옛날 사람이다. 


6-7년 전의 세상에서 더 달라지지 않았다. 나의 신문물은 6-7년 전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35살 무렵, 자의 반 타의 반 회사 생활을 정리하면서 은ㅌ...아니 육아 휴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사회와 멀어졌다. 신생아를 키우는데 뉴 테크놀로지는 필요치 않았고, 인내와 관심처럼 아날로그 적인 감성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나의 커리어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계속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텍스트에 집중하는 일들이 더 많았다. 문자와 이메일로 일들을 주고받고,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글을 다듬고, 이미지를 다듬었다. 할 말들을 구조화시키기에 집중하고,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쏟았다. 


지금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룬다.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유치원생이나, 갓 태어나 하는 말이라고는 "아빠~" 한마디밖에 없는 돌쟁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나 구조화된 도식이나 등등은 필요가 없다. 그들의 표정과 행동, 말을 하는 곳의 위치, 말의 빠르기와 높낮이 등으로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 대학에서 배운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이런 육아에 적용할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생각보다 유용하다. 


분명한 점은 소위 사회생활이란 곳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과, 육아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전자가 스피드와 정확도, 설득 스킬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면 후자는 인내력과 집중력, 이해의 스킬이 필요하다. 굳이 전자를 디지털에 비유한다면 후자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고 나는 옛날 사람이 되었다. 

옛날 사람이 되어서인지, 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날로그 감성이어서인지 스스로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변했다. 


주고받고, 설득하고 나아가는 행동을 하기 위해 타인과 대화를 진행하고 항상 이런 대화로 앞으로의 일들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고민하던 대화에서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기대나 예측을 하지 않는다. 현재 대상이 느끼는 감정과 물음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생각들을 서로 공유하는 위치에 서있게 되었다. 


이제 곧 돌쟁이 셋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고로 나에게도 다시 사회로 돌아갈 기회가 다가온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앞으로 하게 될 방식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경력단절인(남성 여성을 가르지 않는)들이 새로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느끼게 될 똑같은 경험들과 문제들을 나 역시 겪을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익숙해져 있던 나의 방식을 사회에 맞게끔 변화를 시켜야 할지, 이런 차이점을 더 극대화시켜 차별화를 만들어야 할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분명한 점은 앞으로 내가 정한 포지셔닝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이 나를 대하는 방식 모두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며, 다행이라면 나는 그 포지셔닝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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