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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16. 2020

습관 vs 루틴 당신의 선택은?

우리 집은 일찍 잠드는 편이다. 

아주 아주 새벽형 인간인 와이프와 와이프의 성향을 똑 닮은 세 아이들은 8시가 넘은 무렵이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9시 이전에 침대에 눕는다. 


나는 정반대의 성향이다. 12시 이전에 잠들지 않으며, 늦으면 2시 언저리까지 잠을 못 자는 편이다. 


막내아들과 두 딸은 엄마와 함께 잠들길 원하고 코를 고는 나의 잠버릇을 못 견뎌해 나만 다른 방에서 잔다. 

그래서 9시 이후는 오롯이 나의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먹은 저녁을 치우고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들을 씻기고 잠잘 준비를 하는 것까지가 나의 몫이다.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잠들며 챙기는 대신 내가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준비를 맡았다. 


9시 이후의 시간이라고 해도 별로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이 잠들어 있기에 TV를 보지 않다. 주로 하는 것은 글 쓰는 일과 사색 정도. 


그러다 잠들기 한 시간쯤 전에 살며시 집을 빠져나가 한 개비의 끽연을 하고 들어온다. 

담배를 피우긴 하지만 낮시간이나,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피지 않는다. 내가 담배를 피우는 시간은 오직 밤이다. 낮에는 별로 생각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뒤처리도 귀찮다. 밤에야 한 대 피우고 자기 전에 싹 씻어 버리면 끝이다. 


좋은 습관이 아니지만 삶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좋게 이야기해서 루틴이지 버릇이다. 못된 버릇


루틴은 만드는 게 어렵다. 

습관이라 부르는 행동들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시간의 적층 속에서 자연스레 굳어진 행동들이다. 돌이켜보면 어느 때부터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루틴은 조금 다르다. 

행동의 하나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습관과 루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루틴은 굳어질 때까지 의도를 가지고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만들어진 것이 습관이라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루틴이다. 


행동에 의미를 담고 있기에 루틴이 반복될수록 나의 행동은 정교해지고, 작업에 디테일을 더할 수 있다. 루틴이 완성되면 어떤 일을 할 때 첫 번째 행동만 시작해도 나머지 일들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저마다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반복되어야 정교해지고 몸에 익는다. 그러나 반복 작업은 쉽게 지루해지며, 오래될수록 시작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습관을 만들고 몸에 익히려 한다. 이것이 루틴이다. 


끽연 말고 내가 새롭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글쓰기다. 

거창하게 시작하면 지칠까 봐 짧고 쉽게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 15분 글 한편 쓰기 

15-20분 내외의 시간 동안 완성된 하나의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주제는 없다. 사랑이 되었다가 철학이 되었다가, 오늘은 일기가 되기도, 내일은 소설이 될 수 도 있다. 


일단 쓰고 풀어낸다는 것에 대해 익숙해 지려 함이다. 

오늘 여러 작가들의 브런치를 읽었다. 

솔직히 읽을수록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글쓰기는 그래도 내가 가진 다른 점들에 비해 잘한다 생각했건만, 역시나 아니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루틴을 만들어가면서 포기하지 않는 건 

그나마 내가 좋아하고,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글쓰기 이기 때문이다. 


루틴으로 시작해 습관으로 끝나는 글쓰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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