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Mar 12. 2020

와이프가 절대 읽지 말아야 할 글

여성의 모성애는 대단하다. 내 와이프를 보고 느끼는 부분이 대다수 이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 


모성애는 부성애보다 강하다.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치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생각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을 안다.


그런 와이프가 절대 읽지 말아야 할 내용이다. 


함께 TV를 보는데, 건축과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남산 아래 언덕에 멋진 3층 집을 지은 부부는 아이 없이 두 마리의 개와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집을 지을 때 부터 반려동물들과 살기위해, 아이 방을 꾸미듯 반려 동물의 특성을 고려해 동선을 짜고, 타일을 고르고 공간을 배치했다. 


층고 높은 2층에서 내려다보는 거실엔 넓은 침대에 개가 한가로이 누워 망중한을 즐기고 있고, 전용 출입문도 있었다. 여기 사는 개팔자는 왠만한 사람 팔자 보다 좋았다. 집주인은 지인이 "큰 개집에 너희들이 얹혀 사는 거지~" 라고 농담을 할 정도라고 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아이들의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아이가 큰 경우라도 방이나 공간이 필요할텐데 그런 것도 없이 오로지 두 부부와 반려 동물의 흔적들만이 가득했다. 부부는 아이가 없다. 두 부부와 반려 동물들이 전부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찰나의 순간. 지금 나의 모습과 그 사람들의 모습이 비교되는 거다. 우린 아이가 셋이다. 터울도 4살씩 지는 덕분에 집에는 항상 어린 아이가 있었다. 큰아이를 좀 키워 사람만들어 어린이집을 보내니 또 다시 갓난쟁이가 생겼고, 또 그 갓난쟁이는 5-6년 키워 사람만들어 유치원을 보냈더니.... 또 다시 갓난쟁이가 태어났다. 


웃으며 이야기 하긴 하지만, 지금 10년째 육아 중인 상태다. 


아이를 키워본 집이라면 알거다. 갓난쟁이를 키우는 것과 유치원 생정도의 아이를 키우는게 어떻게 다른지.

갓난쟁이가 있는 집은 본인의 생활이 없다. 24시간을 돌보면 24시간을 아이에게 눈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 

차라리 누워만 있다면 나을지도,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그때 부터는 체력적이다. 

어느 농구코트나 축구 경기장의 선수보다 빠르고 지능적이다. 순간 눈을 돌리면 다른 곳에 있다. 

그리고 모험심은 얼마나 대단한지, 고민도 없이 일단은 입에 넣고 본다. 그리고 마음에 안들면 울어버린다. 


그런 내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저들은 둘이 벌어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상상도 하지못할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와 소품들에 너무도 우아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중년의 모습인 거다. 

난 분유의 토로 하얗게 변해더린 어깨의 맨투맨과 아이와 함께 기어다녀 헤지기 시작하는 츄리링을 입고, 아무 맛도 없는 아이의 간식을 함께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으니 너무 야속한거다.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나도 저렇게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배도 나오지 않았을 거고, 더 많은 여행과 책도 읽을 수 있었을 거고 아니 그것보다 하루종일 치우고 만들고, 정리하고 하지 않아도 될텐데. 거실 바닥은 폼폼 매트 말고 러그를 깔 수도 있고, 모든 모서리에는 안전 가드를 붙이지 않아도 될텐데. 좀 더 많이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날 수도 있을거고, 더 많은 모임에 참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아이가 예뻐 보이지 않는거다. 

.

.

.

저녁을 먹고, 뒷정리는 하는데 와이프가 놀라며 소리친다. 


-저기!! 저기!! 걷는다!! 걸어!!


돌을 일주일 정도 남겨놓은 셋째가 일어서 혼자 박수를 치더니 두어 발자욱을 걸었다. 

걷는 걷도 같고, 기울어져 앞쪽으로 쓰러지는 것도 같은 걷기를 성공했다. 그리고 그 막내가 우리를 보고는 

돌쟁이 같지 않은 눈웃음으로 씨~익 웃는다. 


이런...죄책감이 하늘 저 높이에서부터 내 정수리로 쿵!~ 떨어지면서 


저 웃음. 저 미소, 

저렇게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있는 존재라는 것! 


그래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미안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물론 혼자 살았다면 더 멋지게 살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행복감을 느끼지는 못했겠지(네.. 정신승리 입니다.) 

나도 혼자 살아본적 있으니 어떤지 대충 알아 하지만 아이가 없었다면 요런 행복은 영원히 모르겠지(네..이것도 정신 승리 입니다만..) 


반성하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