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려울 듯 하다.
아니다. 마지막으로 봄 꽃 구경하러 간지 헤아려 보니 이제 10년쯤 되어간다.
그래도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핑계가 생겼다.
40이 넘어가면서 좋아하는 계절이 바꼈다.
20대 30대는 가을이 좋고, 겨울이 좋았는데 40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봄이 좋다.
가을의 색감과 기온이 좋았고,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좋았는데 점점 인생이 투영되는 것같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이 쓸쓸해 보이고, 앙상한 가지의 겨울이 점점 나를 닯아 가는 것 같다
그런데 봄은 새롭다.
그 앙상했던 가지에 꽃망울과 잎망울들이 자라나는 걸 보면 미소가 진다.
마치 나도 그럴 수 있을 것처럼, 인생의 봄이 다시 올 수 있는 것처럼 희망이 자란다.
어른들이 계절을 좋아하는 걸 보며,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알겠다.
계절에 당신의 인생이 보이는 거다.
계절을 즐기던 당신의 모습에서 일순간 당신과 계절이 같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랬다. 가을을 즐기던 내가, 이제는 가을 처럼 보인다. 더 나이가 들고 노년에 가까워지면 겨울처럼 느껴질까? 그런데 봄을 보면 내 아이들 같다. 빨갛고 노랗고, 싱그럽고 연약해 보이는 꽃망울 같고, 새싹같다.
나에겐 찾기 어려운 생명력이 보이고, 뭘해도 예쁘고 뭘해도 사랑스럽다. 이제는 봄이 그렇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봄꽃 축제를 못갈 것이다.
어쩌면 보러오는 이들이 없어 봄 꽃들이 쓸쓸히 피고 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보러오는 이들이 많던 적던 봄 꽃은 예쁘게도 피고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