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Mar 17. 2020

이 소설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10대 후반, 정확히는 고3 수험생 시절 내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소설을 만났습니다.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너무도 많은 분들이 읽었으리라 생각되어 과감히 생략하고, 그 소설을 읽고 내 삶이, 나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무엇일까요?


01. 소설을 읽은 후 단어 선택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해 지려 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를 좀 더 쉬운 언어로 풀이해보려 하거나, 너무도 대중적인 단어를 나만의 해석과 설명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02. 내가 관련된 일을 한발 더 물러서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려 했습니다. 


03. 타인의 시선에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이나 눈빛에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 눈빛을 무시할 만큼 강한 멘탈로 탈바꿈되었다기보다, '저 사람한테 미움 좀 받으면 어때'라는 자조적인 마인드에 가까웠습니다. 


04. 타인과의 관계에 좀 더 진지해졌지만, 진지한 곳까지 이르지 못한 관계에는 한없이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범한 연애를 추구했습니다. 


05.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애써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미움받지 않으려 애써 웃음 짓지 않았고,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06. 사회 구성원들과 가까운 듯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거리를 두었습니다. 애써 안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원심력에 의해 밀려나지도 않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07. 예전 할머니들이 "내가 시집오고 그 이듬해 말이야~"처럼 인생 이벤트로 연도를 구분하는 것처럼, 어느 노래가 유행하던 때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식의 연도 기억법을 일부러 연습했습니다. 


08. 책을 읽은 당시엔 아니었지만 주인공이 겪었던 일처럼 가슴 아픈 일들이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저 역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09. 책을 읽었던 해는 1998년도입니다. 이미 베스트셀러였습니다. 


10. 제 또래 연배라면, 꽤 많은 분들이 읽었던 아주아주 잘 팔린 소설이었습니다.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고, 때때로 한 두장의 페이지를 뒤적이곤 합니다. 처음 읽은 당시엔 주인공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주인공보다 한참이나 늙어버렸네요. 주인공이 지금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소설의 시작에 살포시 언급이 되긴 하지만.. 꽤나 궁금하긴 합니다. 

소설 속의 캐릭터였지만 제게는 함께 늙어가는 동무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20대를 함께 했고, 그 질풍노도의 감정의 소용돌이 시기를 더욱 흐트러놓았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작가의 이전글 와이프가 절대 읽지 말아야 할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