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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Jan 21. 2024

새벽을 맞이하는 법

뜨겁게 탄 커피도 다 식었다.

여명은 뜨겁게 타올라 어둠을 태워 밝히는데 내 커피는 차갑게 식었다. 몇 시간의 작업으로 얻은 건 새벽의 여명이다. 누군가 말했다. 태양이 떠오르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그 순간을 버티면 타오르는 여명과 함께 태양이 떠오른다고.


키보드에는 몇 가지 글자들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참 열심히도 두드렸는가 보다. 지워지는 키보드 글자판이 닮았다. 손때가 묻고, 낡어진 조금은 오래되었지만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그런 모습이 말이다. 요즘 들어 일부러 나에게 좀 애정을 쏟아보기로 했다. 손 때도 묻었고, 낡기도 했고 오래도 되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아껴보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고, 외부의 비난이나 힐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방어하기도 한다. 나를 아끼고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뿐 아니라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 대체불가결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이에게 이렇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일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연애에 있어서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기회가 잘 오지가 않는다. 생각보다 그런 표현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타인에게서 당신이 그렇게 평가받는다는 것인데, 인정이라는 그 자체가 타인을 내 인생에 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일면식이 없는 유명 사업가를 인정한다는 것조차 그 사람이 내 인생의 멘토 역할로 두는 정도의 인생 관여가 필요하다.


그러니 상대방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의 인생에 어찌 되었던 좋고 나쁨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인정한다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종종 들여다보아라. 당신이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일 수 있다.


이런 인식됨의 욕망은 항상 부족하다. 인정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스스로의 쓸모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까?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가? 나는 쓸모없는 존재인가?



당신은 쓸모없지가 않다.


인생에 쓸모가 없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난 그 쓸모를 일부러 만들어 주기로 했다. 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보호하면서 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세뇌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이며, 또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단지 당신과 다를 뿐이다.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나의 선택은 내가 결정할 것이다.

이 세상에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결정한다.


몇 가지의 되뇌임으로 나는 스스로를 가치 있다 믿게 하고 있다. 아직 그 가치가 발현되지도, 심지어 발견되지도 않았지만 믿고 있다. 이 끝에는 찬란한 광맥이 있고, 나는 그것을 향해 전진하는 중이라고. 어리석게도 스스로에 대한 이런 의도된 인정도 우린 영향받는다는 것이다. 좀 더 나란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 거짓된 인정에서 참된 인정을 끌어내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다. 내가 나를 아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은 거짓에서도 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다. 내가 나를 아끼는 것만으로 타인에게 내 가치가 올라간다.


이제 나의 새벽은 여명이 밝아온다. 여명의 끝자락이 어둠을 밀어내고 올라온다. 화분에 심어놓은 씨앗 하나에서 줄기가 겨우 흙을 뚫고 나오는 순간이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올라오고 있다는 것!

싹을 틔우는 것보다 줄기를 키우는 건 쉽다. 앞으로의 일은 점점 쉬워질 것이다.


당신의 새벽이 언제 끝이 날지 나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건 당신이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새벽은 생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언제 여명이 시작되냐고? 알려줄게 잘 들어라


당신의 새벽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

여명은 시작되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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