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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백을 가져온 남자 2

by 성준

- 네 민박집입니다. 아.. 오늘 버스는 막차가 지나갔어요 택시를 타시거나 아니면 제가 픽업해 드릴 수는 있는데 조금 기다리셔야 할거 같아요. 네.. 네.. 택시를 타시려면 금성면 해진 과수원으로 가달라고 하세요 시간은 30분 정도 걸리실 거예요 -


- 수인아 이제 곧 손님이 오실 거야. 우리.. 괜찮겠지? -

- 그러지 마.. 나도 떨린단 말야.. 그래도 침착하게.. 침착하게 해야 해 오빠. 이 서비스업이라는 게 손님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완전 느낌이 다르다고 오빠 요리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정도니까. 우리는 손님 응대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


- 너 긴장했구나.. 완전 말 많아.. ㅎㅎ -

- 아이참... 암튼!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


해진은 주방에서 준비해 둔 멸치로 육수를 내기 시작했다. 멸치와 다시마 대파를 넣어 한 소끔 끓여내고 다시마의 쓴맛이 올라오기 전에 다시마는 건져두고 멸치를 걸러 내었다. 아침에 해감해 준 바지락 한 주먹을 넣고는 한 방향으로 젓기 시작했다. 보글거리는 거품과 함께 곧 바지락이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건저 낸 바지락은 껍질과 조갯살을 분리하고 혹여나 불순물이 남을까 고은 채에 걸러 맑은 육수만을 따로 모았다. 애호박과 당근을 예쁘게 채 썰어두어 밑준비를 마치고는 행여나 택시가 도착할까 서둘러 과수원 입구로 발길을 돌렸다. 벌써 해가 뉫엇 어스름이 찾아왔고, 덩달아 마음도 급해졌다. 저 마치 과수원 입구에 택시가 보이자 더 잰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과수원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택시는 온 길을 돌아나가고 한 초로의 남성이 안경 위로 핸드폰 액정을 누르며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해진은 서둘러 나오느라 핸드폰도 두고 나왔다는 걸 깨닫고는 크게 손을 흔들며 과수원 길을 달려 나갔다.


- 어서 오세요~~ -

- 아.. 여기가 맞았네요.. 안녕하세요 오늘 예약한 사람입니다. -

-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짐은 제게 주세요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짐이 그리 많지 않아요 -


남성은 보스턴 백 하나만을 들고 있었다. 해진은 괜찮다고 사양하는 남성에게 억지로 보스턴백을 건네어 받았다. 마치 예약을 취소하고 돌아갈까 미리 짐부터 챙기는 포터처럼 보이 않았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남성은 급할 것 없다는 걸음으로 해진을 따랐다. 과수원 입구부터 전구 조명을 달아두어 오르는 길이 제법 운치 있게 느껴졌다.


- 사과나무 과수원이네요 -

- 네? 아...네 작년까지 사과나무 과수원이었어요. 올해도 제법 괜찮은 사과가 열릴 거예요 아버지께서 정말 애쓰신 곳이거든요 -

- .. 그런 것 같네요 제법 운치 있는데요 -

- 조금만 오르시면 됩니다. 숙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


새 단장을 하면서 제법 오르내린 터라 체력도 붙었다. 보스턴 백 하나정도는 가볍게 들고 과수원을 올랐다. 남성은 조금씩 거리가 벌어졌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 주었다.


- 올라보니 보기보단 꽤 높은걸요? 오랜만에 운동 좀 합니다. -

- 아.. 숙소까지 차로 올라올 수도 있는데 택시 기사분은 잘 모르시니 대부분 입구에서 내려주시더라구요 조금 힘이 드시지요? -

- 괜찮습니다. -


- 저... 불멍도 할 수 있나요? -


마당을 가로지르며 눈에 들어온 파이어 핏이 마음에 드셨나 보다. 해진은 나름 신경 쓴 곳에 고객이 관심을 가져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나 싶어 미리 준비해 둔 장작과 캠핑 의자가 효자 노릇을 한다.


- 네 가능하세요 미리 장작과 준비해 두었으니 편하실 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은 주변에 인가가 없다 보니 꽤 늦은 시간까지 즐기실 수 있어요 오늘 예약하신 방은 이쪽입니다. 안채에 가장 넓은 방입니다. 오늘은 다른 손님이 없으시니 다른 방들도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는 방에 묵으시면 됩니다. 혹 요기는 하고 오셨을까요? -

- 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주변에 식당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나 봅니다. 혹 신세를 좀 질 수 있을까요? -

- 그럼요 여기는 식사하실 곳이 마땅치 않아서 제가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녁은 간단하게 칼국수를 준비했어요. 짐 정리하실 동안이면 충분할 거예요 -

- 감사합니다. 저는 저 방에서 묶을게요 -


남성은 가장 큰 방을 마다하고 가장 작은 방을 택했다. 꾸벅 목례를 하고는 보스턴 백을 가지고 방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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