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41. 일기와에세이의차이

by 성준

p 140-142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나름 에세이라고 썼는데 일기인것 같기도 하고, 일기는 아닌데
막상 다른 점도 모르겠고, 일기와 에세이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30년 지기 친구가 있다. 정말 말 그대로 30년이 훌쩍 넘은 친구다. 꼬꼬마 시절부터 참 많은 시간을 함께도 보내온 친구다. 최근에 늦깎이 결혼을 했다. 한동안 연락이 뜸 할 때도 있지만 언제고 다시 전화하면 공백이 무색해지는 그런 사이다. 최근까지는 그랬다.


사십이 훌쩍 넘어 한 친구의 결혼식에 늦었다. 지방에서 식을 올렸는데, 그날따라 유독 고속도로의 차가 막혔다. 평소였으면 여유 있게 도착했을 텐데 늦었다. 식도 늦었고, 친구들과의 사진을 찍는 것도 늦었다. 다행이라면, 식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그래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 정도. 과장되게 화를 내는 제스처에 민망함을 웃어 보이며 잘 넘겼다 생각했다.


그 뒤로 연락이 잘 오질 않는다. 드문드문 오던 전화도 거의 오질 않는다. 신혼이니 그런가 보다 했다. 바빠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콜백도 오지 않는다. 사무실이라 바빠 나중에 전화하겠다던, 명절에 내일 내려가니 내려가서 전화하겠다던 녀석의 전화가 오지 않는다. 단단히 화가 난 듯싶다.


나는 그래도 그 친구에게 서운해할 수 없다. 나는 그 친구에게 큰 빚을 하나 지고 살고 있다. 10년 전 동생을 떠나보낼 때, 고향에 있던 친구가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까지 와 주었다. 놀란 마음에 운전하시면 안 될 것 같아 친구에게 부탁을 했고, 그 친구는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부모님이 안전하게 오실 수 있었다. 이 일이 내게는 큰 은혜였다. 앞으로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었다.


그래서 지금 친구의 서운함이 이해가 된다. 내게 조금은 쌀쌀맞게 굴어도 된다. 오히려 그 친구가 더 서운했는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관계는 주고받음이 기본이다. 잘 맞는 사이일수록 알게 모르게 주고받음이 균형 잡혀 있는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한쪽이 많이 참는 것이며, 그 끝이 좋을 리가 없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균형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서운해하지 않는 방법은 받기만 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고민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상대방에게 서운할 리 없다. 내가 상대방에게 준 것이 없는데, 받지 못해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서운함은 없을 것이다. 물론 조만간 그 친구들에게 손절당해도 으레 그런 것이니 딱히 슬퍼하지 말면 된다.


그보다 조금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친구를 잃기 싫다면 적당히 당신의 것을 양보하기 바란다. 좋은 것, 함께 하고픈 것이 있다면 슬그머니 친구한테 밀어도 줘보고, 나눠도 줘 볼 셈이다. 큰 것을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먹는 저녁 한 끼, 나눠 마시는 차 한잔. 먼저 걸어주는 안부 전화 한 통이 그 값을 할 것이다.


나에게 일방적인 관계란 없다. 내가 하는 만큼 나에게 돌아오며, 남들에게 얻는 서운함은 이미 내가 그 사람한테 한 행동의 결과인 것이다. 오늘은 내게 서운해할 그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더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수/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비정기매거진 : 파닥파닥 오늘의 횟 아니 글감 , 한밤중에 읽어야 하는 밤중에 쓴글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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