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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02. 2024

글을 썼더니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희소성은 언제나 즐겁다. 모자란 것에 대한 환상은 만인 공통이다. 남들에게 없는 것, 나에게 없는 것은 항상 인기가 많다. 대중들의 관심이 그렇고, 내 글에 대한 반응이 그러하다. 특히나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반응을 얻었을 때의 그 충격은... 정말 충격적이다. 다른 말로 표현이 어려울 정도다. 


2월 초 나는 브런치를 통해 첫 제안메일을 받았다. 이제껏 받아보지 못했던 알림이라. 순간 드는 생각은 '무슨 알림이 이렇게도 긴 거야'였다. 서둘러 메일함을 열었다.  


'작가님이라니... 나를 말하는 건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것은 때로 작가님이라 불리우는 일. 스스로 작가라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남에게 불리는 일에는 여전히 목이 움츠려 들곤 한다. 


정중한 요청이 왔다. 브런치에서 내가 쓴 글을 읽었노라고, 준비하고 있는 콘셉트에 나의 글과 상황이 어울린다며, 인터뷰이가 되어 주실 수 있겠는지에 대해 제안을 주셨다.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글을 쓰면서 무엇이 되든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글은 내가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수단이라 스스로 여겨왔기에 어떠한 제안이라도, 배우고 경험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짧은 답문을 보내고, 리얼 방송 작가님과 처음으로 통화를 하던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20대 취업 면접이 그랬었다. 상대방의 언어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진중하게 답변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순간으로 나를 보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이렇게 긴장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작가님과의 통화가 그랬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결과를 바라는 대화가 아니었기에 조금은 더 즐기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는 것. 프로그램에 대해서, 나의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많은 분들이 오해하실까 미리 적어야겠다. 나의 글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내가 쓴 나의 상황이 작가님이 준비하는 프로그램 안에서 필요한 에피소드라 그에 대해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경험이, 그 삶의 장면이 필요해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그래도 이 사건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되었는지 모른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다. 내가 글을 쓰고, 그 글을 보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려고 움직였다는 사실이 나에겐 큰 울림이었다. 지금까지의 내가 써온 글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었다. 


글을 쓰면서 외로웠고, 두려웠다.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함이어서도 그랬고, 대부분 소리 없이 묻히는 글에 대해서도 그랬다. 매일을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했고, 절벽 위에 세워 돌아갈 길을 지워보기도 했다. 지금껏 버텨왔던 건 다른 분들의 관심 덕분이었다. 때때로 징징거리는 나의 글들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 덕분이었다. 먼 타국에서 항상 관심 있게 나의 글을 읽어 주시는 작가님. 부족한 나의 글을 기다려 주신다 댓글을 남겨주시는 작가님. 나의 상처에 진심으로 함께 아파해주시고, 위로해 주시던 작가님 그런 분들의 댓글들이 나에겐 동기가 되고, 에너지가 되었다. 


3월 말 촬영을 한다. 작가님과의 통화 후에 촬영 스케줄을 정했다. 나의 이야기가, 나의 에피소드가 또 다른 곳의 이야기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한 꼭지가 되어 줄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또 다른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에피소드가 내가 얻은 첫 번째 응원은 아니다.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글을 쓰고 있다. 외부에서 벌어진 첫 번째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 준 일임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일들이 조금은 덜 무서워지게 된 것 같다. 나 조금 신이 난 것도 같다. 



여담..

어떤 글이 방송 작가님께 연락이 온 글일까요? 

https://brunch.co.kr/brunchbook/missingbro

https://brunch.co.kr/brunchbook/daddyat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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