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51.진실된 고백의 힘

by 성준

p 167-169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주장은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당신이 겪은 일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는 거죠


한창 시끄러울 때다. 총선이 끝이 났다. 시간이 빠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치나, 총선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맘 때만 볼 수 있는 이벤트 같은 것들에 대해 잠깐 이야깃거리로 빌려오고자 함이다. 출퇴근 시간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가 되면, 유세차량들이 멈춰서 사람들에게 지지 연설을 한다.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동조하고자 목소리를 높인다. 가끔은 귀를 쫑긋하면서 듣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하게 지나치곤 하기도 한다.


먼저 연설의 사전적 정의를 짚어보자면, 특정 주제에 대해 청중 앞에서 체계적으로 말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의 전달, 설득, 감동을 목적으로 청중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다.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적인 구성과 강력한 메시지 때로는 감정적 호소까지 덧붙이며, 언어적 또는 체스쳐와 같은 비언어적 전달도 중요한 도구가 된다. 연설은 목적이 있는 말하기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설득의 도구가 된다. 청중에게 영감과 동기를 부여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인식을 전환시키기를 요한다. 암튼 연설의 정교하고 차원 높은 설득의 방식인 것이다.


연설에 능한 사람에게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역사적으로도 명연설이 누누이 회자되곤 한다. 링컨이 그랬고, 마틴 루터킹이 그랬다. 우리나라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 종종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하곤 한다. 대단하다 생각하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것은 꼭 연설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보이는 많은 글들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들은 아니다. 자신의 일생과 일상, 평범한 하루에서 만나는 소소한 것들, 인생의 굴곡에서 느꼈던 아픔들과 슬픔들.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지고 있다. 그 글들 중 어떤 글도 독자에게 행동이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함께 웃고, 아파한다. 설득보다 공감과 공유의 느낌이 강하다.


메시지가 강한 연설을 들을 때면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피가 뜨거워지는 것처럼 느낀다. 전쟁 영화에서 결전을 앞둔 시점에 장교들이 병사들을 독려하는 연설을 보면 당장이라도 예비군복을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설은 순간적으로 높은 피크로 다가왔다가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순간 느꼈던 강력한 기분만큼, 빠르게 흥이 식어버리기도 한다.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본능 때문에 뜨거운 감정이 계속되지 않는다.


반면 다큐는 강한 설득을 요하지 않는다. 사례를 보여주고, 경험을 공유하며 타인의 시선과 인식을 공유하는 방식을 취한다. 설득과 설명은 독자의 몫이다. 이것들을 보고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느냐의 문제는 독자에게 던져진다. 각자의 판단이다. 글을 쓰는 이는 한 사람이지만 백 명의 독자가 백가지의 결말과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이 것이다. 진실한 고백은 사람들을 움직인다. 그리고 변화시킨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독자의 삶을 변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나의 삶이 변하는 것이다.


우리는 애써 타인을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에게 소통의 목적이 설득이 아니라면,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전전긍긍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나열하고, 씨앗 하나를 툭 던지면 그 생각의 씨앗이 천천히 자라 누군가를 머금을 그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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