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52.스톱을외쳐야할순간

by 성준



p 170-172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이럴 때는 글의 얼개를 대강 만들어둔 뒤 아쉬움 없이 스톱을 외쳐야 합니다.
잠시 커피를 마시든, 다른 일을 하든 일단 이 글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꾸준함은 미덕이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 사회는 지지해 왔다. 천천히 걷더라도 멈추지 않는 것에 박수갈채를 보내며,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에게 쉼은 사치와 같은 것처럼 여겨졌다. 멈추지 않는 것.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 이것이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스텦으로 여겼다. 우리는 쉼을 모른 체 살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런 경험들을 하곤 한다. 도저히 풀 수 없었던 일을 잠시 내버려 두고,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그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는 일. 지지부진하던 일을 내려두고 잠시 마신 커피 한잔의 휴식 후 급속도로 해치워 칼퇴를 경험하는 일. 이런 일들이 너무 낯선 것들은 아니다. 매일 같이 만난다. 생각보다 우리는 쉼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글을 쓸 때도 비슷하다. 쓰고 쓰고 또 써봐도 여전히 매락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마무리도 되지 않는 날과 글이 있다. 연재의 그날이기에 글은 올려야 할 것 같은데 써지지 않는 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너무도 많다. 괜히 마감의 고통이라 할까. 때로는 꾸역꾸역 글을 완성해 발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는 척 눈을 감고 미뤄버리기도 한다. 글을 발행하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속이 상하고, 꾸역꾸역 발행한 글을 다음 날 읽어보니. 내가 이런 글을 썼다는 점에 또 좌절감을 느낀다. 이래저래 못할 짓이긴 하다.


대부분의 사고는 제때 멈추지 못해서 생긴다. 교통사고는 말할 것 없거니와, 회사의 부도, 관계의 단절처럼 인간관계, 사회관계 모두 제때에 멈추는 것을 못해 벌어진다. 속도가 빠를수록 더 커다란 피해를 입는다. 마치 가속도와 같다. 한 번 생긴 가속도는 쉽게 제어되지 않는다. 멈추는 데는 달리는 것보다 더 커다란 힘이 들어간다. 멈추기 위해 그간 더해진 관성과 가속도까지 통제해야 속도를 줄 일 수가 있다. 사업, 인생의 결정등에서 방향전환이 쉽지 않은 것이 이런 이유인지 모른다.


글에도 가속도가 있다. 한 번 탄력 받은 손가락은 쉴 새 없이 문장을 쏟아낸다. 순식간에 몇 페이지의 글들이 쏟아질 때도 있다. 그리고 퇴고를 할 때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생각과 논리를 펼쳐내었는지 나도 내가 궁금할 때가 있다. 글의 개요마저 만들지 않고 써 내려간 벌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다 보니 제때 방향전환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우린 애써 마련한 글감 하나를 망친 셈이다. 글을 쓰다 보면, 글감이 점점 소중해진다. 인생의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내가 쓸 수 있는 글도 한계가 있는데 나는 그것 하나를 날려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글쓰기에서 때로 멀어져야 하는 이유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잠시 글에 집중되어 있던 생각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두었다가 다시 감는 것이다. 한 번 튀어 오른 스트링을 다시 꾸욱 누르듯 집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작업쯤 될 것이다. 적절한 순간의 휴식은 이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이끌어준다. 글감에 대한 올바른 방향과 시선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 때 쉴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할고, 자신에게서 탄생할 글의 범위마저 파악해야 가능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렇게 적절히 텀을 주어 쓴 글은 퇴고도 쉬워진다. 글을 쓰는 데 충분히 시간을 들였기에 엉뚱한 타깃을 맞히거나 하지 않으니까.


글을 쓰다 보면 불가항력적으로 만나게 되는 슬럼프.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때로는 쉼이다.

적절한 순간에 멈추어 다시 스프링을 꾸욱 누르는 것.

그리고 다시 글을 쓰는 것.


우리는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쉬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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