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필기구에 대하여'보다
'기획자의 필기구'가 더 매력적인 것처럼
인간의 호기심은 작은 부분일수록, 더 디테일한 부분일수록 반응하는 법이다. 만인의 박스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누구누구의 박스 속을 더 궁금해한다. 구체화되고 디테일한 설정일수록 호기심은 더 구체화되며,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래서 우리는 글에 설정을 더하는 것이 좋다.
내가 만약 인플루언서라면, 사람들은 나의 이름 만으로도 궁금증을 갖게 될 것이다. 유명세 자체가 곧 호기심이 되어 준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름만으로는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이끌어 낼 만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그럴 때면 가정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가 하는 일로서 설정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대부분 직업이나, 이를 가지고 있다. 인정하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집안을 하는 가정주부 역시도 하나의 직업이며, 하는 일이다. 그 안의 전문성도 존재한다. 세상에 모든 사람은 자신이 처한 위치와 가치가 있다. 그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필기구'에 대하여 보다 '기획자의 필기구"가 더 매력적이다. 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에겐 어떤 필기구가 선택될는지, 그 기준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약간의 시선을 바꿔보자. '청소부의 필기구'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어떤 호기심을 가져다줄까? 글쓰기와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청소부에게 필기구란 어떤 역할을 할지, 어떤 필기구가 도움이 될지 궁금증이 들지 않는가? 오히려 '기획자의 필기구'보다 더 신선한 느낌을 띄고 있지 않은가? 평소에 청소부에게 필기구가 필요할까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일인데, 이런 제목의 글이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설정값이 주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일정 영역 안에서 글을 상상하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방향을 설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글에 대해 전혀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을 미리 예방해 준다. 우리는 때로 제목만을 접하고 읽은 글이 기대했던 방향과 너무도 다르기에 당황하곤 한다. 좋은 글의 여부를 떠나, 처음 독자가 가졌던 기댓값과 글의 내용이 너무 다른 곳을 가리키기에 일어난 불일치의 결과다.
전공이나 직업은 글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범위를 좁혀준다. 모든 것을 아우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 속에서 말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성도 내포한다. 같은 직군의 독자라면, 나와의 시선이 얼마나 같거나 혹은 다른지에 대해 비교해 볼 수 있고, 전혀 연관 없는 직군의 독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는 글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제일 자신 있는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입장이 된다. 우스갯소리로 똥개도 자기 동네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글감보다 더 쓸 말이 많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자신 있는 글은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즐겁다.
매력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필드로 독자를 끌어 와야 한다. 자신이 가장 할 표현할 수 있는 분야는 자신의 삶과 관련된 곳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혜가 가장 잘 녹어져 있고, 설명하고 표현하기 가장 익숙한 분야이기 때문에 글도 가장 편하게 나올 수 있다. 독자는 만인의 상자 속이 아닌 누군가의 상자 속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