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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Feb 21. 2022

하루 일기

우울증으로 약을 한동안 복용한 이후로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소설이 되었다가 일기가 되었다가 때로는 SNS로, 때로는 노트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 날 하루를 되돌아보며, 지금 내가 느끼는 무거운 감정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고자 기록을 남겼다. 


내뱉는 순간은 격정정인 때로는 절망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던 글도, 그 순간이 지나고 읽어보면 

낯부끄러운적도 있었고, 때로는 그 순간의 내 자신이 불쌍해 연민의 감정에 빠진 적도 있었다. 


글로 주체못할 정도의 우울감과,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기도 했었고, 또 때로는 더 깊이 침잠되기도 했었다. 

복불복이었다.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했다. 


분명한 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약을 먹지 않아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고,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열흘이 되고, 꽤 오랜 시간을 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도 뜸해 졌다. 


그래서일까?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의 습관처럼 감정이 먼저 쏟아져 나올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넘쳐흐르는 감정에 변죽만 올리다, 주변만 서성이다 끝나고 만다. 


그렇게 또 며칠을 보내고 다시 읽어보면, 내가 또 그랬구나 싶다.

글을 쓰는 것이 치유가 되는 동시에 그 당시의 우울한 감정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된 것 같다.  


요 며칠사이 글이 늘고 있다. 

우울하지 않았는데, 글을 쓰면서 우울함을 함께 부른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한 가지 이유때문이다. 




오늘 하루 무의미하게 버리지 않았음을 남기고 싶다. 나는 오늘 이런 작은 일을 계획했고, 

이것으로부터 작은 성취감을 얻었다



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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