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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Apr 12. 2022

전라도 막걸리집에서 만난 젊음

과연 음식은 전라도

하도 소문을 들어 찾아가고 싶었다. 술 한주전자를 시키면 안주가 배터지게 나온다는 막걸리 집을. 소문대로 안주는 쉼없이 나왔고, 막걸리는 달큰했으며, 음식은 전라도였다.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초행길이라 대리를 잡아도 설명하기도 어렵고, 대리가 없을까 걱정도 되기에 술마시는 기쁨은 와이프에게 양보하고 연신 잔을 채워주었다. 막걸리 3병이 들어간다는 주전자를 거의 다 비워갈때 쯤이였다. 물론 마신이는 와이프다. 


- 이거 완전 쓰레기네.. 

- 뭐? 그건 니가 보라 했잖아. 그래서 본 거 잖어

- 와~ 그렇다고 그걸 그렇게 뚫어지게 보셨어요? 

- 안봤거든요! 

- 아주 고개가 자동으로 따라 다니시더만


옆자리에 커플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잠시 귀를 빌렸더니 오늘 데이트에서 남자가 짧은 치마를 입은 다른 여자에게 잠시 한눈을 빼앗겼나보다. 들어보니 여자가 남자에게 저렇게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릴까 물어본 것 같은데 아마도 여자의 바램보다 남자가 여자의 다리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좀 길었나보다. 그 때는 바로 서운함을 말하지 못했나본데 막걸리 한 주전자에 설움과 분노가 함께 왔나보다. 


- 아 옛날 생각나네.. 그 길거리에서 나 위아래로 훑은 X 이름이 뭐였지? 이젠 이름도 생각이 안나네?

- 응?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적 없는데? 

- 아씨~ 왜 그 때 있잖아 우리 차타고 가다가 마주쳐서 당신이 인사했던..

- 뭐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내고 그래

- 애 같은 학교라고 했던.. 이름이 뭐야?

- 누가 그래? 같은 학교라고? 

- 엥! 같은 학교도 아니였냐? 그럼? 

- 모르지 같은 나이트나 클럽 출신인지도 ㅋㅋ 


옆 청춘들의 애정싸움이 와이프의 전투력에 방아쇠를 당겼나보다. 십 년도 더 지난 연애때 속상하게 한 추억을 꺼내셨다. 연애때 꽤나 와이프 맘을 상하게 했던적이 있어 이런 주제가 나오면 자연스레 깨깽하면서 눈치만 보았었지만.. 그런 일이 10여년쯤 지나니 이제는 제법 받아 넘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나간 일에 대들어 봐야 팩트는 변하지 않을 뿐이고, 그 당시 서운했던 감정도 이해가 안되는게 아니지라 받아들이고, 넙죽 엎드리며 능구렁이처럼 담을 넘어야 한다. 신혼 초기에는 많이도 싸웠었다. 욱하기도 잘하고 사과라는 건 잘 못하고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고, 그래서 지금은 조금 편한 방법을 익힌 듯 싶다.


젊음의 순간은 또 그러면 이상해 보인다. 어느정도 철없는 짓도 하고, 잔뜩 자존심도 세워봐야 하고 팩트보다 내 감정이 더 중요한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는게 젊음 아닐까? 젊은이가 너무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능구렁이 같으면 그것도 이상하다 그런 사람이라면 정치가 천직일 수도 있다. 


막걸리 집에서 만난 젊음은 딱 그 시기에 하는 질투와 다툼을 하고 있었다. 원래 목소리가 큰건지 아니면, 술 기운에 커진 것인지만 빼면 참 풋풋한 커플이었는데.. 뭐 그 덕에 사연도 엿들을 수 있었으니 오늘은 용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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