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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15. 2023

위로받고 용서받는 법

최근에 잘 못한 일이 있다. 쉽게 말하면 잘 알아보지 못해서 돈도 낭비하고,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을 저질렀다.  간단히 말하면 치과에서 과잉 진료를 했다. 아니 받았다.. 아니 해달라고 했다..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나의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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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저질렀다. 그 일로 아내는 많이 화가 났다. 며칠을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아직 완전히 앙금이 풀어진 것도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했을 뿐이다. 


내 잘못이 분명하고, 여지가 없다. 어리숙했고 어리석었다.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았으며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과 비용을 낭비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이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그 부분이 제일 마음 아프다. 


100% 나의 잘못이기에 용서를 구할 뿐, 도리가 없었다. 


어느 오후 아내는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차분히 이야기를 했다. 당신이 일부러 그랬겠냐고, 게다가 이미 벌어진 일이니 화를 내거나 한들 돌이킬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앞으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고마웠다. 이해해주지는 못하지만 용서해 준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는 좀 더 주의하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이런 대화가 나온 이유는 다른 엄마와의 통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자주 통화를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다른 아이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애기 아빠도 그래서 그렇지 않았겠냐며, 서로 상담하고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한 편은 씁쓸함이 남았다. 


서로의 이야기로는 서로를 충분히 이해시키거나 할 수는 없는지 모른다. 대화가 단절된 사이에 나는 아내와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지만 아내는 그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화가 나지만 미래를 위해서 반면교사 삼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의 노력이 아닌 제삼자의 조언과 대화를 통해서 그간 벌어진 일들을 다르게 해석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부부 사이의 일들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어느 한쪽의 양보와 이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무리가 있을 때가 있다. 싸움의 이유가 누군가의 잘잘못으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감정적인 아쉬움과 상처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논리적인 판단으로 승패와 양보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이번 경우도 나의 잘못과 나의 용서를 위한 노력이 바뀐 것은 없다. 아내의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인데 그 관점의 변화는 나로 인해서가 아니라 제삼자로 인해 바뀐 것이다.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준 것이 고마우면서도 내가 용서를 받기 위해 한 노력들은 그에 미치지 못했구나 라는 사실에서는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좀 더 객관적이 판단이 요구되는 사회생활에서는 다를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관적인 판단과 감정이 더 많이 개입될 사이에서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꼭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누군가의 잘잘못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인 사이여서 객관적이 논리보다 우선시되는 감정들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계 속에서의 잘잘못을 위로받고 용서받는 법은 두 사람의 시선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객관적인 사실을 충분히 돌아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부부사이의 일들을 다른 곳에 전한 다는 사실이 불쾌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런 일을 겪어본다면 그것이 꼭 잘못된 일은 아닌 것 같다. 부부가 위로받고 용서받는 방법 중의 한 가지 길이라고 메모를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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