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지나도 게임을 끊을 수가 없다. e 스포츠의 탄생을 목도한 세대이기도 하기에 게임에 친근함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도 끊지 못하는 게임은 의외로 헥사와 같은 좀 더 클래식한 게임들이다
같은 모양이나 색깔을 세 개 정렬하면 사라지고 또 다른 블럭이 내려와 그 공간을 대신하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나 작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2-30분 정도 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성현이 이르기를 마흔이 되면 쉬이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불혹을 말씀하셨건만 역시나 성현들의 가르침은 늘 어렵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한 번의 움직임으로 연쇄적으로 블럭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게임상에서는 콤보라 부른다. 어찌 보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연쇄적으로 블럭들이 무너지는 쾌감에 나는 쉬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게임 1000번째 스테이지를 넘긴 지 오래다 스테이지가 높아질수록 단번에 클리어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이미 난 몇 천 번의 게임을 한 셈이다.
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스킬이 필요하다. 먼저 주변에 어떤 블럭이 존재하는지 나에게 도움이 될 블럭들과 치워야 할 블럭들이 어떤 것인지 시작하기 전 파악해야 한다. 전체적인 전략이 세워진다.
두 번째는 몇 개의 선택지가 있을 때 어떤 순서로 블럭을 없애야 다음 턴에 더 유리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콤보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래 부분을 공략하면 위에서 내려오는 블럭들이 연쇄적으로 콤보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위에 있던 공략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세 번째는 턴의 수가 제한적이기에 선택에 있어 어떤 아이템이나 블럭을 없애야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의 선택은 아주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등장해도 제거해야 하는 블럭에 닿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간단하지만 꽤나 유용한 전략들이다.
이거....
인생과 닮았다
적어도, 인생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내 주변에 놓인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용 가능한 시간과 자원을 알아두어야 판을 움직일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지 큰 그림이 정해진다.
그 가용한 시간과 자원 중에서 어떤 걸 우선으로 해야 할지 역시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멋지고 즐거운 일이라도 순서가 바뀌면 다음 턴도 꼬인다. 콤보를 이룰 수 없다. 내년의 큰 자격증 시험이 중요하더라도 내일의 리포트를 등한시할 수 없다. 시기에 따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먼저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에도 콤보가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선택지에도 턴은 제한되어 있다 내 앞에 놓인 선택지들 중에서 나는 분명히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을 다 할 때 정작 중요한 선택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인생의 모든 시간과 자원은 제한이 있다. 내 인생의 목표에 맞는 선택만이 그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즐거운 모든 일들이 내 목표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는 건 당연하다
하찮다고 여기는 게임에서 삶과의 공통점을 찾았으니 나는 성공하는 법을 배운 셈이다. 이 깨달음을 얻은 건 오늘 유난히 퍼즐이 맞춰지지 않아서라는 건 아쉽지만 덕분에 인생의 병법도 찾고 글감도 찾았으니 이 정도면 만족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