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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Oct 04. 2023

모난 돌은 잘난 돌이었다.

못하는 건 그냥 그대로 두기

나는 듣는 걸 잘한다. 다른 이의 고민, 불평, 불만등의 부정적인 감정에서부터 자랑, 사랑 등의 질투 나는 감정이 듬뿍 담긴 이야기들을 잘 듣는다. 특별히 연습한 적도 없고,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저 일대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대방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가끔은 상대방이 "내게 이런 이야기까지 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만한 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어 내심 속으로 당황했던 기억도 종종 있다. 내가 직접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하고 싶었던 감정들과 답답함들을 잘 받아주고 소화시켜 주는 것 같다. 나는 이야기 듣는 것을 잘한다.


  또, 나는 정리를 잘하는 편이다. 단편적인 일들이나 사건이 아니라면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다. 파일을 폴더별로 정리하거나, 책들과 프로젝트들을 정리하고 나누는 걸 잘한다. 정리된 일들과 파일들을 보고 있으면 성과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나는 단순 반복 작업도 잘하는 편이다. 모든 일들이 창의적인 일들만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에 따라오는 단순한 분류, 정리, 반복의 작업들이 오게 마련이다. 나는 의외로 이런 단순한 반복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 단순 반복 작업은 할수록 그 요령이 생긴다. 움직이는 동선이나, 순서를 바꿈으로써 그 효율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다 보니, 단순 반복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퍼즐 같은 작업이 생긴다. 그 과정을 알아내고 적용해서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나름 재밌다. 이러면 단순 작업을 잘하는지, 작업 개선을 잘하는지는 약간 불명확하지만 일단은 둘 다 잘한다고 본다.

 


  왜 이렇게 자랑이냐고? 오늘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그러면서 느꼈다. 그래. 우리 대한민국은 잘하는 건 당연하고, 못하는 건 창피한 일이야. 그래서 항상 우리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러다 평범한 사람들이 되어 버렸지. 나는 나의 귀중한 의지를 끌어다 쓰어 남들처럼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해 온 셈이었다는 걸 알아차려버렸다. 만약 내가 못하는 건 좀 내버려 두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걸 더 잘해보기 위해 의지를 쏟아부었다면, - 이런 상상의 결말은 항상 그러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지금의 모습에 좌절하는 모습이다. - 지금 같지 않았음을 항상 뒤늦게나마 알아차린다.


왜 우리는 잘하는 것을 자랑하는 일에 인색해진 걸까? 왜 우린 모난 돌이 되어 그 쓰임을 다하다 둥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왜 스스로 모난 돌이 되지도 못하고 둥근돌이 되고자 애를 썼을까? 결국 어디로의 쓰임도 없이 말이다.


모난 돌


지금까지 우리는 둥근돌이 최고라 생각했다. 두루두루 쓰임이 있을 수 있는 둥근돌이 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던 시대가 있었다. 산업화는 표준화되고, 대체 가능한 방식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했으며, 인재의 선발도 이와 같았다. 얼마나 회사의 틀에 잘 맞출 수 있는 자질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오던 시기가 있었고, 이때 모난 돌은 그저 잡석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산업 지도가 바뀌어 가고 있는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둥근돌이 필요하지 않다. 둥근돌의 역할은 말 그대로 대체 가능한 자원이 너무도 많아서 이제는 장점이 없다. 오히려 둥근돌은 잡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모나고, 특징이 있는 돌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뾰족하고, 날카롭게 생긴 돌이 쓰임이 있다. 세상을 꿰뚫던, 베어 내던 할 수 있는 힘이 둥근돌에게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둥근돌이 되고자 애쓰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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